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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덩치 큰 허약아 만든 신동빈의 M&A 과욕

롯데, 덩치 큰 허약아 만든 신동빈의 M&A 과욕

등록 2013.02.15 08:07

수정 2013.02.17 11:37

정백현

  기자

외형에만 치중 마구잡이 인수···실적은 낙제점 '승자의 저주' 우려도

롯데, 덩치 큰 허약아 만든 신동빈의 M&A 과욕 기사의 사진

‘재계 M&A의 큰 손’으로 일컬어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과 롯데그룹의 행보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무서울 정도로 과감한 M&A를 성사시켜 그룹의 덩치를 키웠지만 기업의 체질은 덩치에 비해 부실해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예전부터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1970년대 기업 성장기에 동방알미늄(현 롯데알미늄), 칠성한미음료(현 롯데칠성음료), 삼강산업(현 롯데삼강), 평화건설(현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을 인수했다. 이 회사들은 곧 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차남 신동빈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2000년대에도 롯데는 연이은 M&A 성사를 통해 그룹의 덩치를 재계 5위권 수준으로 키웠다. 특히 2004년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장 자리에 오르면서 롯데의 M&A 속도는 빨라졌고 과감해졌다.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두산주류(현 롯데칠성 주류부문), GS마트·GS백화점(현 롯데백화점 부천점·구리점·안산점), 파스퇴르유업(현 롯데삼강),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등이 신 회장의 전면 등장 이후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대표적 계열사들이다.

GS백화점과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데에는 각각 1조원 이상의 거액을 쏟아 부었고, 두산으로부터 주류 사업을 가져오는 데에도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다.

▲ 롯데그룹 최근 10년간 주요 M&A 성사 사례▲ 롯데그룹 최근 10년간 주요 M&A 성사 사례

롯데그룹은 그룹 내부의 계열사도 서로 합병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미도파와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식품 분야에서는 롯데햄, 파스퇴르유업, 웰가, 롯데후레쉬델리카 등이 롯데삼강의 품으로 들어갔고 롯데제약과 기린식품이 롯데제과로, 롯데주류가 롯데칠성과 합쳐졌다. 이외에도 호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이 롯데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M&A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남아 지역 유통업체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음료업계 4위 기업인 웅진식품의 인수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신 회장은 평소에도 “좋은 M&A 매물이 나왔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반드시 성사해야 한다”고 그룹 임원들에게 주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문제는 외부 기업과의 M&A, 내부 계열사 간 합병 이후의 실적이 좋지 않아 그룹의 체질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M&A 움직임이 실속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던 롯데케미칼(호남석유화학 시절 포함)은 최근 3~4년간 적자와 흑자를 계속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된 KP케미칼, 타이탄케미칼 등 자회사의 영업 부진이 뼈아팠다. 말레이시아 연고의 자회사 타이탄은 최근 롯데가 단행한 M&A 중에서 가장 큰 금액인 1조52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알짜 회사였다.

신동빈 회장의 숙원이자 가장 최근의 M&A 작품이었던 롯데하이마트도 유통업 불황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2008년 인수한 롯데손해보험도 현재 적자 상태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 M&A 사업 부문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2009년 인수한 중국 할인점 ‘타임스’는 대부분의 점포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2010년 인수한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와 그 외 15개사도 2011년 기준 1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총 5500억여원을 들여 인수한 할인점 ‘마크로’ 역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성장을 중심으로 5년 뒤인 2018년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걸리는 단점 중 하나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국내·외 M&A는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는 가시적 손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그동안 M&A는 경영 효율성이나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의 성격이 짙었다”며 “내실 다지기를 멀리 하고 덩치 키우기에만 몰입한다면 탄탄한 롯데에도 승자의 저주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회장 승진 3년째를 맞은 만큼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균등한 성장을 위해 신 회장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롯데가 더 클 수 있다”며 “M&A 이후의 경영 성적이 오히려 신통치 않다면, 신 회장이 경영 능력에 의문 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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