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표 “최태원에 미안해 증언 못해, 일부 사실 숨겨왔다” ···11일 공판 때 공개될 듯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 재판의 핵심증인 중 한명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그동안 일부 사실을 숨겨왔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최 회장한테 미안해서 솔직히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재판부의 직권으로 진행된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문용선 재판장은 “증인의 진술이 그동안 수차례 바뀌어 왔는데 아직도 얘기 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물었고, 김 전 대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문 재판장은 “공판 과정에서 재판장 또는 검사·변호사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도 있는데 그 대답이 최태원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나, 아예 안물어 보니까 굳이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나중에 인간적으로 미안할 것 같아서 말을 못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문 재판장은 “증인이 그럼 이제라도 재판장이 그런 부분을 밝히라고 요청을 하면 최태원 피고인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을 극복하고 진술할 수 있겠나”라고 묻자 김 전 대표인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가 숨겨왔던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으로 꼽히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함께 사건의 실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김 전 고문은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체류 중으로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건 당사자 간 통화를 녹음한 녹취록만 법원에 전달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항소심 공판의 대부분은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심문으로 진행됐다. 김 전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번 사건의 실타래를 풀 열쇠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증언하면 그 내용에 따라 재판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에 미안함으로 언급을 피해왔다’는 대목에서 최 회장에 상당히 불리한 증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게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실을 정리한 메모를 다음 공판 때까지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 회장 측은 “김준홍 피고인이 만약에 다음 재판까지 아무 것도 제출하지 않으면 또 우리랑 작당했다고 의심받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재판장은 “지금까지 (최 회장 측이 김 전 대표와 재판 전략을 논의)해온걸 보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문 재판장은 또 “김준홍 피고인은 이번 사건의 증인인 동시에 공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고 증언해야 할 의무도 없다”며 “원하지 않으면 안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 회장 항소심 다음 공판은 오는 11일 오전부터 진행된다. 다음 공판에는 최 회장 측이 증거로 제출한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한 뒤에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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