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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황당한 현실인식

[기자수첩]금융당국의 황당한 현실인식

등록 2013.07.23 13:10

박일경

  기자

금융당국의 황당한 현실인식 기사의 사진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재미있는 자료를 내놨다.

올해 들어 주가조작 사건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가 주식시장이 불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에 덧붙여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의 효과도 한 몫 거들었다는 자화자찬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금감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공정거래 사건은 79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156건) 대비 77건, 49.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땐 대선정국과 맞물려 정치테마주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였다. 또 코스피(KOSPI)지수도 대선을 앞두고 2000선을 등락하면서 주식시장이 실제 체감경기와는 다르게 투기열풍으로 뜨거웠던 시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조작은 숫자를 입히는 작업”이라며 “주가조작이 줄어든 이유를 주식시장의 불황에서 찾기 보다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실적부진을 겪고 있어 납득할 만한 스토리를 입힐 만한 기업이 없었다는 데서 찾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주가조작은 전혀 엉뚱한 기업에 대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 기존에 충분한 실적을 통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기업을 애널리스트가 현장 방문해 실사를 벌이고 향후 실적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펀드매니저가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당연히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때 개미들이 달려들어 주가를 서너 배까지 끌어올린다. 펀드매니저는 매수타이밍에 해당 주식을 시장에 내다판다. 솔직히 주가조작이라 보기도 애매하다.

또 단속도 어렵다. 주가조작 작업은 수년에 걸쳐 신중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 감독당국이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긴급사건(Fast Track)으로 분류한 사례는 총 6건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자화자찬이 지나쳤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 정치테마주의 불공정거래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면서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주식시장에 정치테마주 투기열풍과 같은 이상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우리경제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솔직한 심정에서 나온 해프닝인지 아니면 정말로 우리경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빚은 촌극인지 묻고 싶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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