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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해진 신평사 행보···대규모 등급 조정

대담해진 신평사 행보···대규모 등급 조정

등록 2014.03.19 13:43

최은서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신용등급 뻥튀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신평사들이 대규모 등급 조정을 실시하는 등 과거보다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부정적인 여론과 금융당국의 고강도 특별 검사 등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바람직한 변화’ ‘뒤늦은 대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신평사의 행보가 소나기 피하기에 그칠지, 아니면 신용등급 정상화의 첫 단추가 될지 주목된다.

◇ “초우량 기업도 못 믿겠다”···KT그룹 신용등급 ‘휘청’

1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KT ENS가 법정관리 신청한 것을 계기로 KT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KT의 계열사인 KT렌탈, KT캐피탈, KT에스테이트, KT오토리스, KT텔레캅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검토로 조정했다. 다른 신평사도 KT와 계열사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 ‘AAA’로 장기간 유지돼 온 KT의 신용도에 흠집이 나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국내 최우량 등급인 AAA에 하향 검토가 붙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KT의 경우 2013년 당기순손실, 계열사 직원에 의한 대출사기 사건, 홈페이지 개인정보유출, 불법보조금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처분 등 일련의 대형 이슈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영업적으로 긴밀한 자회사에 대한 지원의지를 철회한 것은 신뢰도 저하와 평판위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제신용평가사들이 KT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때 국내 신평사들 역시 KT 등급조정을 고민해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무디스는 KT의 등급을 A3에서 Baa1로 강등하면서 “무선 시장에서의 경쟁 과열, 유선분야에서의 매출 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할 때 KT가 수익성을 회복해 A3 등급 기준에 부합하기는 당분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T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A등급을 받았던 KT ENS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도가 타격을 받자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댔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 관계자는 “기업 신용도는 그동안 모회사 신용도에 의해 자회사 신용도 등급에 반영돼 왔는데 이제는 아닐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 관계자는 “KT 그룹의 경우, 자회사에 대한 관리 통제 소홀이 전체적 문제로 커진 케이스”라면서 “이번 조치는 업계에 경각심 일깨워줄 수 있는 사건으로 지주회사 격인 회사가 모든 걸 잘 챙겨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상선 위기는 다른 계열사에 ‘독’···줄줄이 강등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이 등급 하락의 시발점이었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틱스의 신용등급을 BB+(안정적)으로 세 단계 하향조정했다.

같은 날 한국기업평가도 현대상선과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각각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로 두 단계 떨어뜨려 향후 투기등급 조정 여지를 남겼다.

지난 13일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내리고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해서는 종전 BBB+ 등급을 유지하되 하향검토 대상에 넣겠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등급강등의 배경에 대해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대규모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일부 계획은 이미 실현했으나 금액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증권 지분과 LNG선 사업부문 매각 등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특히 현대상선 자구계획의 실행성과와 시기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핵심사업 매각이 이뤄질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안정성 및 영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상선은 차입금 상환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부채비율이 1000%를 상회함에 따라 재무위험이 확대됐고 영업손실과 금융비융부담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해운산업의 불황과 경쟁력 저하로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해운업 뿐 아니라 과도한 차입금 부진한 실적 기업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이벤트로 의미있는 신용등급 하락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은 과다한 강등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며 “ 투기 등급에 해당되는 기업이 워낙 많음에도 신평사들이 기업 간 거래관계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신용등급을 너무 높게 평가해왔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실을 반영한 등급조정이자 때늦은 조정으로 평가한다”고 판단했다.

최은서 기자 spring@

뉴스웨이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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