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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직원의 절규 “수당도 못 받고 노예처럼 일했다”

[단독]롯데슈퍼 직원의 절규 “수당도 못 받고 노예처럼 일했다”

등록 2014.06.08 06:00

수정 2014.06.08 09:02

이주현

,  

김보라

  기자

5년간 근무한 A씨 롯데슈퍼의 불합리함을 인트라넷에 올렸지만 삭제 당해
조직문화, 근무시간 초과, 욕설 등 지적하며 최춘석 대표와의 면담 요청
“1억원 요구해 4200만원 받아냈다”는 루머도 생산돼 억울함 더욱 커져
“일한 만큼 수당도 못받는 회사, 나 같은 피해자 더이상 생겨나지 않아야”

롯데슈퍼 직원의 절규 “수당도 못 받고 노예처럼 일했다” 기사의 사진


롯데슈퍼 직원이 회사의 불합리한 근무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을 건의한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지만 삭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 인근의 롯데슈퍼 모 점포에서 5년간 근무한 A씨는 지난달 28일 회사의 조직문화와 직원 처우문제, 불합리한 근무체제 등을 지적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 글은 불과 1시간30분 뒤 A씨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삭제됐고 A씨는 회사 조직도에서 제외된 후 3일 뒤인 31일 사직 처리됐다.

A씨가 글을 올리기에 앞서 5월 26일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직서리가 처리된 것이다. A씨는 인트라넷에 글을 올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지난 5일 <뉴스웨이>와의 만남에서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등 롯데슈퍼에는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며 “현재까지 당하고 있는 직원들의 불합리한 대우와 억울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A씨는 글에서 크게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며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지 않는 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통분담’ 등을 거론하며 “회사가 힘드니 열심히 하자”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것이다.

둘째로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롯데슈퍼는 내부적으로 욕설이 난무하며 마치 예전 군대문화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한 휴무날 마음 편히 쉴 권리는 없고 업무에 대한 책임만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가 방문하면 휴무를 반납하고 출근해야하며 행사날 담당이 휴무를 쓰면 눈치 없고 이기적인 직원으로 낙인 찍혀 온갖 욕설을 듣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출이 나오지 않는데 직원은 많다고 인원을 줄일 것을 강요하는 것이 롯데슈퍼의 조직문화라고 밝혔다.

셋째는 직원처우 문제다. 일 근무시간이 오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점장이 월6회 쉬니 담당은 눈치 보여 매일 풀근무(8시 출근, 11시30분 퇴근)를 서게 되고 사정상 저녁 9시 경 퇴근 하려면 눈치 보여 말도 못하는 것이 롯데슈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차 계획서를 제출하지만 휴무도 마음껏 쓰지 못하는 상황에 연차는 쓰지도 못할 뿐더러 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A씨는 “쓰지도 못하는 연차 계획서를 왜 받는지 모르겠다”며 “연차를 못 쓰게 하면 법에 저촉되니 전산상 자료를 남기기 위해 형식적으로 받는 것 같다”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슈퍼에 5년 간 근무한 A씨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가 삭제 당한 글 전문.롯데슈퍼에 5년 간 근무한 A씨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가 삭제 당한 글 전문.


넷째는 ‘법을 지켜야 하는 회사에서 법을 어긴다’며 롯데슈퍼가 근로기준법을 공공연하게 어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슈퍼의 전 직원들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도 하루 15시간씩 근무하는 것이 보편화 돼 있고 연장수당도 ‘OT1, OT3’로 분류돼 한 달 총 40시간만 인정받고 나머지 초과 근무에 대해서는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구장과 점장 등 관리자들의 휴무가 보장되지 않는데 담당들의 휴무와 정상적인 근무시간이 보장 되겠냐?”며 “노예도 아닌데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매일 새벽에 나와 달을 보며 퇴근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도 이런 근무 조건에서는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랩과 라벨지 등 소모품 비용을 줄여 직원들이 타 점포에 빌리러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고 배달비용 축소로 직원들 자차로 배달을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경비처리를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모품 비용은 고정으로 나가는데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에 대해서는 근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과 배달차 할당도 줄여버린다는 것이다.

A씨는 “회사 측은 무료배달 등의 이벤트로 매출 높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기본적인 지원조차 제대로 해 주지 않는다”며 “이러한 부담은 모두 직원에게 전가 되지만 이러한 현실도 모른 채 회사는 점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우리가 ‘프로’냐 ‘노예’냐고 질문을 던지며 “언제까지 아무런 보상 없이 의욕과 열정으로만 일관할지 참 답답하다”며 “노예에게 열정만 바라는 주인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A씨는 “뭔가 나아지고, 좋아지겠지라며, 나름 목표를 가지고 다녔지만 일한만큼 수당도 못 받는 회사를 다녔는지 억울하다”며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글을 마쳤다.

하지만 롯데슈퍼 측은 글을 내리는데 만 급급했고 여느때보다 빠른 인사조치로 A씨를 사직처리 했다.

A씨는 회사 측이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인에 들은 바에 의하면 “평소 근태가 좋지 않고 불만이 많은 직원이었다는 소문과 함께 A씨가 1억원을 요구해 4200만원을 받았다”는 황당한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회사측이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양산해 자신을 매도하고 있고 이미 회유책 등 모든 준비를 끝마쳤을 것이라 생각해 6일로 예정된 대표와의 만남도 취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끝으로 “개인적인 보상문제가 아니고 근무하고 있는 ‘전 직원들은 평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다녔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올린 글”이라며 “롯데슈퍼의 잘못된 근무체계를 바로잡아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김보라 기자 kin337@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뉴스웨이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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