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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시장서 70~80년대 영광을 되찾는다

[해외건설 3.0시대]해외건설 시장서 70~80년대 영광을 되찾는다

등록 2014.09.23 13:30

수정 2014.09.23 13:32

김지성

  기자

국내 부동산시장 장기침체속 효자노릇 톡톡중동신화 이끈 건설DNA···위기 안전판 역할이라크 내전, 에볼라 바이러스 등 변수 부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업황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주택시장 침체와 연동한 건설시장 냉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숱하게 쓰러졌고, 위기를 버티고 살아남은 곳 역시 위태롭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도 ‘대마불사’는 통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시장 확대를 통한 대규모 수주 덕분에 위기에 다소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은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제살깍기’식 저가수주는 부메랑이 돼 대규모 적자의 주범이 됐다. 또 중동시장 쏠림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한계는 내전 등 불안한 현지 상황과 맞물려 위기를 불러왔다. 해외건설 시장 진출 60여년의 기간 동안 항상 위기는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건설 산업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 저가수주와 전문 인력 부족, 기술력 정체가 그것이다. 1960~1970년대가 해외건설 1.0시대라면 2014년 현재는 3.0시대다. 해외건설 3.0시대는 시장 확대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때다. <뉴스웨이>는 ‘해외건설 3.0시대’ 를 열기 위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성장 전략 등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사진=현대건설 제공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사진=현대건설 제공


건설업계는 주택시장 침체로 말미암은 건설업황 부진 장기화로,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크다. 서승환 교통부 장관이 쿠웨이트와 스페인 방문길에 떠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최근에는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확신했던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치인 700억달러에 비상이 생긴 게 크다. 중동 지역에서의 내전과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등 탓에 현재 건설업계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이렇다 할 노력을 하지 않고도 회사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부동산 부양’을 기치로 삼은 정부의 지원 속에 ‘아파트 장사’로 쉽게 벌었다. 여기에 SOC 등 정부 발주의 ‘토목 장사’로 안정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부동산시장 수직상승세 속에 몸집을 불린 건설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일거리가 줄어들자 비대해진 회사를 운영할 방도가 없었다.

“세금으로 사기업을 살리면 안된다”는 여론에도 정부의 지원은 끊이지 않았지만 시장의 대세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택사업을 주력하는 중견건설사들은 심하게 요동쳤고, 하나 둘 몰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56년 역사를 지닌 벽산건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면, 대형건설사들은 침체한 국내 주택·건설시장을 뒤로 한 채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말미암은 저가수주는 대규모 적자를 불러오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해외시장 진출 60년의 역사를 가진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사업을 줄이고 해외시장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다. 올해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대형 해외공사를 잇따라 따내며 높은 수주고를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2월까지 국내 건설사간에 이뤄진 합작건수는 5건, 합작금액은 152억달러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과거와 달리 수익성 위주의 알토란 사업지를 선별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며 “위험성이 큰 해외공사 특성을 고려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컨소시엄 등 움직임은 좋은 흐름이다”라고 분석했다.

◇변수 많은 해외시장 ‘산 넘어 산’=해외건설 수주액은 연초 중동발 대규모 플랜트 수주 성공 등에 힘입어 5개월 만에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해외건설 시장서 70~80년대 영광을 되찾는다 기사의 사진


올해 해외 수주액이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0일(305억3674만달러)이다. 6월 이전에 300억달러 이상 수주한 것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0년은 180억달러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사실상 역대 최단기간에 거둔 성과로 봐도 무방하다.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치인 7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각종 악재로 말미암아 올해 목표 달성에 의문부호가 생겼다.

중동 지역에서의 내전과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북부 모술을 장악한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서부와 북부에서 급속히 세를 불리면서 내전이 발생한 이후 시리아와 요르단 국경지역 장악 등으로 중동 전역으로 확산했다.

중동지역의 수주고를 목표로 한 대형 건설사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월부터 조짐을 보인 서아프리카 국가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아프리카 진출 건설사들은 시장을 포기해야만 했다.

최근 들어 중동·유럽 등지에서 출연 중인 메르스바이러스까지 더해지면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어 시장 확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B건설사 해외영업 담당자는 “해외에서는 정부·금융권의 지원과 위기 대처가 가능한 국내와 달리 많은 변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위험에 노출되면 사실상 손쓸 방책이 없다. 이런 이유로 수주는 고사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역에서 적자를 보는 사업장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위기 파고 넘을 DNA를 되찾아야=짬짬이 저가수주로 홍역을 치른 후 국내 건설사들은 사뭇 단단해 지고 달라졌다.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자료=해건협 제공자료=해건협 제공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던 1970년대 국내외에서 활약해 온 소중한 자산이 있기에 가능한 당당함이다. 숱한 역사를 쓴 이들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허언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수주목표 700억달러를 넘어 글로벌 건설 수주 다섯 손가락 안에 우리나라가 포함될 것으로 자신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외수주 저가수주와 함께 공기지연, 위험관리 등 부분을 개선해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플랜트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기대수익률이 10%도 안 될 때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는 단순 최저가 낙찰이 아니라 기술 적합성을 따진 후 최저가낙찰을 한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공기가 장기 지연하면 부품 등 창고보관료 등 물류비가 늘어나고, 세관에서 부품 통과가 지연하면 반대로 공기 지연으로 이어지는 등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돌발변수가 잦은 만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해외건설 예상 준공액은 74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 중 1% 손실만 가정해도 8000억원 이상이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수주하는 컨소시엄 구성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4개 건설사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는 지난 2월 60억4000만달러(약 6조4400억원) 규모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 가치 분야에 치중하는 해외 선진국 건설사와 달리 우리 업체는 단순도급에 집중한다”며 “국내에서는 이런식으로도 경쟁력을 갖췄을지 모르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통감한다. 수익성 낮은 사업구조의 개편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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