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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사장, 오일뱅크 신화 중공업서 재현하려면

권오갑 사장, 오일뱅크 신화 중공업서 재현하려면

등록 2014.10.13 17:51

수정 2014.10.13 18:06

윤경현

  기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팀을 이끄는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사이에 신뢰와 조직력이 무너지면 아무리 강팀이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과거 명성에만 안주해 변화하지 않으면 실패만이 있을 뿐입니다. 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당시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지난 6월 현대오일뱅크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사내 인터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다.

편지의 핵심은 신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과거 명성을 뛰어넘어 변화를 모색해야한다는 권 사장의 당부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편지를 통해서 권 사장의 애사심과 직원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권오갑 사장은 최근 난기류에 빠진 현대중공업을 일으킬 구원투수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에서 신화창조=권 사장은 뼛속까지 현대중공업의 이름을 새긴 사람이다. 그는 지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2010년 자리를 현대오일뱅크로 옮겨 근무했다.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취임(2010년)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2001년부터 운영한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부터 인수한 상태였다.

인수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계속 이어진 경영권 교체와 정유사 순위에서도 하위그룹에 포함되어 회사내 패배의식은 조직 기강으로 이어져 권 사장은 경영은 개척과 같은 일이였다. 권 사장과 함께 조영철 전무, 금석호 상무, 송명준 상무 등이 지금의 현대오일뱅크의 개국공신이다.

권 사장의 피나는 노력은 마법처럼 현대오일뱅크를 새로운 회사로 변모시켰다. 실적개선을 위해 사업다각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조정실을 신설, 석유정제뿐 아니라 석유화학, 윤활기유, 유류저장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내놓았다.

대표를 취임하기 전까지 현대오일뱅크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10년 동안 18%에 머물렀지만 이후 점유율을 22%까지 증가시켰다. 또한 정유 4사 중 공장 규모와 주유소 숫자가 타 기업에 역부족임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영업이익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 올 1분기 석유정제업에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며 알뜰주유소 공급업체로 3년 연속 선정, 국내시장 점유율 2위를 넘볼 정도다.

◇권오갑 사장, 최후의 보루 ‘구조조정’=권오갑 사장은 지난 12일 고강도 개혁 카드를 커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에 대한 책임과 위기극복을 위해서다. 현대중공업그룹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 임원 사직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권오갑 사장의 취임과 함께 구조조정은 예견된 수순이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조와의 임단협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 사장의 입장에서는 시기를 당길 수밖에 없던 것이다.

또한 임원들의 책임론도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의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도 벗어날 수 없는 대목이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에 따른 저유가 사태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에도 구조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직원들과 함께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듬해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어지는 수익성 악화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권 사장은 함께 동거동락한 직원들의 내치지 않았다. 희망퇴직 접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영주유소 위탁운영권(직영위탁)’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 권 사장이 빛을 발한 선택이다.

직영주유소를 외부인 대신 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상생의 밑거름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효율적 자산(주유소) 운영, 인건비 절감, 안정적 유류공급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퇴직 직원들 또한 꾸준한 일자리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의 고민은 깊다. 비대해진 조직과 사상 최대적자를 기록한 회사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임단협 마무리가 시급하다.

장기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노사문제는 노조가 사전에 정해 놓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장하는 등 교섭에 나오지 않아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두번째는 구조조정이다. 이달 중 계열 3사 임원 260여명 중 30% 정도를 교체하는 고강도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건 당분간 실적 악화 지속 추세가 불가피할 거란 판단 때문이다.

권오갑 사장은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피하며 우리 회사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과 국내외 고객, 주주들을 생각해 분명한 개혁 청사진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해달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의 성품상 회사를 함께 키운 역전의 용사를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 2분기 사상 최대 마이너스 실적으로 표류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위해서 권 사장의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말했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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