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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추가 임금인상 없어···파업시 민·형사 책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추가 임금인상 없어···파업시 민·형사 책임”

등록 2014.11.26 13:44

수정 2014.11.26 15:31

윤경현

  기자

26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직접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겠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오는 27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임금 부담으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회사 제시액 외에 추가 임금인상 수정안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권오갑 사장은 26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직접 출근길 직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이 담긴 호소문 전달과 함께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이번 호소문은 권 사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직원들에게 전달한 담화문에 비해 좀 더 직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가뜩이나 고임금으로 경쟁사 대비 비용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단행한다면 노사 양측에 좋을 게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특히, 자칫 노조를 자극할 수 있는 ‘파업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까지 언급했다.

제목은 ‘호소문’의 성격이다. 하지만 사실상 노조의 요구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권 사장의 의지를 담은 글이다.

권 사장은 “최근 회사가 매우 어려운 경영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단을 비롯한 많은 임원들이 물러났고,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회사 형편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권 사장은 “우리 회사는 경쟁사보다 공수(工數, 공사할 때 필요한 인원수를 나타내는 수치)가 많이 발생해 최근 입찰에서도 이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거품이 많다는 것이고, 이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원가가 높다보니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약 6~7% 가량 손실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고, 우리 회사 살림이 건전한가에 대한 금융기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회사는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도래에 대비하고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 3사가 보유한 주식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꼭 필요하지 않은 자산은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사장은 특히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고, 적당히 타협하고 편한 길 가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다”며 노조의 요구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는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된다”며, “이것만 해도 회사는 많은 인건비 부담을 갖게 되는데,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업이 벌어지면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게 되고, 우리에게 가슴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파업을 벌이면 회사손실만 늘어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로 노조에게 파업의 대가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보냈다.

권 사장은 또 “금융기관, 언론, 고객 등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무슨 임금을 올려주느냐. 부채도 많은데 직원들 월급 올려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한다”며, “어떤 분들은 회사 제시안을 왜 철회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는데, 회사가 공식적으로 한 약속인 만큼 그 약속은 지키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존 사측의 임금인상 제시안마저 철회해야 할 형편이지만, 그나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 사장은 “과거처럼 회사의 수정된 최종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회사는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제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권 사장은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는 노조에 섭섭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저는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 것에 대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이라고 말씀드렸고, 진심으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남의 일 이야기하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능력에 맞는 충분한 대우를 해줄 것이고,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아지면 그만큼 일 잘하는 사람에게 돌려줄 것”이라면서 “일을 열심히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회사는 미래가 없다”는 말로 앞으로 신상필벌을 확실히 할 것임을 다짐했다.

한편으로는 회사 상황이 나아지면 그만큼 보상을 할 것이라며 노조를 다독이는 내용도 담았다.

권 사장은 “올해만 임단협이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되어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보상을 할 것”이라며, “지금은 회사가 어려운 시기이며, 우리 모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금융기관들도 우리가 어떻게 처리하는 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잘못된 판단으로 파업에 들어가 여러분 가족의 삶의 터전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회사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돼 자랑스러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권 사장은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그는 “이제 저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면서 생각했던 제 다짐을 되새기고, 우리 현중 가족 모두가 마음을 한데 모아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분명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과 힘을 합쳐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는 말로 호소문을 마무리했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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