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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최재영의 재계 인사이드]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등록 2015.01.05 16:03

수정 2015.01.05 17:01

최재영

  기자

산업부 재계팀장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기사의 사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들에게 고객을 숙였다. 지난해 연말 이른바 ‘땅콩리턴’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잘못을 대신 빌기 위해 그룹 회장이 아닌 한명의 아버지로서 공개석상에 섰다.

이 사건은 자식의 잘못은 ‘부모의 부덕의 소치’, ‘부모가 못난 탓’으로 돌리는 한국 특유의 사상과 일치한다. 부모는 자식의 허물을 감싸고 때로는 그 허물을 자신이 뒤집어 쓰기도 한다. 조 회장 역시 딸이 저질렀던 잘못을 자신이 뒤짚어 쓰고 상황을 마무리하고자 했을 터다. “자신을 비난해달라”고 말하며 조 전 부사장을 감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년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이른바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책임을 미뤄오다, CEO들이 대거 교체되고 국회 청문회까지 끌려나가는 후폭풍에 휩싸인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그리고 사망·누수 진동 등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롯데는 사과하기에 바빴다.

그동안 사건들을 잘 살펴보면 기업 수장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자신의 허물을 감싸고 숨기는데 급급했다. 또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고객개인정보를 유출한 NH농협 CEO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기업들의 ‘수난사’에는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도 한 몫했다. 반기업, 반재벌 정서는 이명박 정부이후 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경영권을 후대에 승계하는 것이 큰 죄인 것처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느니, ‘무임승차를 한다’느니 비난이 빗발친다.

지난해 기업들의 사건사고를 지켜보면 결국 사태를 종결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누가봐도 납득할만한 해명과 사과, 이에 따른 향후 행보만이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사변을 겪은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이 직접 그들을 보호하고 지켜내려 했다는 경주 최부잣집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당시 혼돈의 시기에 최 부자의 목숨과 재산을 노리던 이들이 많았지만 마을 주민들이 경호원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최 부자는 ‘노블레스 오빌리주’를 실천한 1세대에 속한다. 단순히 부를 주민들과 나누는 것만으로 노블레스 오빌리주를 실천한 것이 아니다. 부(富)와 함께 덕(德)을 함께 나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최 부자의 부를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덕의 가치를 지키려 했다.

올해 역시 기업들은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가능한한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노블레스 오빌리주마저 버리는 건 금물이다. 노블레스 오빌리주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 국민의 마음 속에 ‘사과하는 기업’보다 ‘칭송받는 기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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