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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장기적 비전 펼칠 때다

[금융성장전략]이제는 장기적 비전 펼칠 때다

등록 2015.02.20 08:00

수정 2015.02.20 08:05

송정훈

  기자

5년 정권마다 금융비전 달라···금융허브·녹색금융 ‘용도폐기’
정부 성과주의 ‘조급증’ 우려···은행권에 지나친 ‘내정간섭’
전 정권 아우르는 장기적인 금융성장 청사진 제시 필요성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혁신’과 ‘금융규제개혁’이라는 2가지 큰 틀에서 금융부문 구조개혁을 진행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시중은행권은 혼란스럽다. 정권마다 금융혁신 아젠다가 바뀌어서다. 5년(대통령) 임기만 버티자는 금융권 보신주의가 나타나는 이유다.

또 규제개혁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할 수 있는 것만 정하고 그 외는 할 수 없도록 한 규제산업의 전형이 금융업이기 때문에 얼마나 현장감 있는 규제완화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게 은행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떴다방’식 금융성장론 남발을 멈추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난무하는 5년짜리 정책비전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금융이 정치에 휘둘리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금융산업이 자율적인 성장전략과 수익성 향상 목표로 움직이기 보다는 정치권의 입김을 넣고 금융당국이 정한 정책방향과 목표를 뒤따라가는 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시중은행이 장기적인 비전을 통한 성장 동력을 비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장기적 비전 펼칠 때다 기사의 사진


정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금융성장 전략이 문제다.

우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나왔다. 한국을 도쿄, 홍콩에 이어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시킨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본부를 서울 여의도에 유치하는 등 야심찬 정책이 진행됐다. 그러나 정권은 길어야 5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계획은 흐지부지됐고 현재 서울에 유치한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본부는 단 한곳도 없다. 실제 지난 2012년 준공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는 3개 동 건물 중 1개 동은 입주한 금융사가 없어 2년 넘게 비어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금융을 표방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나 에너지절감·친환경 생산업체에 금융을 지원해주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종료와 함께 녹색금융도 사라졌다. 실제 녹색금융펀드의 수익률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9년 58.6%를 정점으로 이듬해에는 25.0%로 반토막 났고 2011년에는 -21.6%로 급락했다. 지난 2013년에도 수익률 마이너스는 여전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기술금융을 통한 창조금융·경제 활성화라는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이 길어야 5년짜리용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혁신성 평가 ‘줄세우기’···감독 기조 ‘오락가락’

금융당국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부문에만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정작 다른 규제들은 강화되고 있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불만이다. 기술금융 대출 비중에 따라 좌우되는 은행 혁신성평가가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정책인센티브는 고사하더라도 임직원 연봉수준까지 평가 결과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는 지적이다.

또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도 은행들의 사외이사 수를 제한하는 등 은행지배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지나치게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장 감독 기조도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불만도 은행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대진 우리은행 감사실장은 “핵심 금융정책은 동북아 금융허브, 녹색금융, 기술금융 등으로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바뀐다”며 “감독기조도 컨설팅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위규 적발을 강조하더니, 다시 컨설팅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일관성 없는 감독정책으로 금융회사들만 헷갈린다는 지적이다.

◇정권별 아우르는 장기적 금융비전 필요

전문가들은 당장 집권시기만 고려하지 말고 20년 이상 중장기적 금융혁신 플랜을 지금부터라도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통령이나 금융당국 수장 모두 자신의 임기안에 금융성장 업적을 세워야 한다는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며 “한 정권에서 다 하려 하지 말고 한 정권에서 장기플랜과 토대를 구축하고 10여년 후 차차기 정권에서 개혁의 과실을 얻으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마다 대형 금융정책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가 금융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보지 않고, 자금활용 수단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성 교수는 “금융업은 책임성 있는 자율 속에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산업부문”이라며 “기업대출로 전환 등 큰 틀의 방향 유도가 아니라 정부가 세부적으로 일일이 개입하고 규제하는 것은 금융업의 미래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욱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정부마다 추진한 금융정책 중에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도 있고 명분이 있는 것도 있다”며 “이런 정책들은 정권이 교체되고 계승·발전 시킬 필요가 있는 데 용도 폐기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채 전 원장은 “거시·미시적 정책방향에 대해 여러 정부의 성과와 기조 등을 잘 종합하는 장기적 금융성장 플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허브는 한국금융의 위상 제고를 위한 목표로 두고, 방법론으로 핀테크, 녹색금융 등 기술·기업금융의 다양한 분야를 활성화하는 종합적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

뉴스웨이 송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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