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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자영업자 폐업 증가···가계부채 시한폭탄 터지나

빚더미 자영업자 폐업 증가···가계부채 시한폭탄 터지나

등록 2015.06.28 14:31

김성배

  기자

채무상환 능력 저하 가계대출 부실 가져올 수도

서울 강북의 한 상가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

그는 최근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달 매출이 400만원도 안되는데 임대료나 대출이자, 관리비 등을 빼고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메르스 여파까기 겹쳐 학원에 등록하는 아이들마저 줄어드는 바람에 아르바이트 학생 인건비마저 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어서다.

A씨는 “5000만원 정도 대출받은 돈도 있어 가게를 팔고 싶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다. (돈을 더 들여)인테리어를 다시해서 내년에 가게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푸념했다.

자영업자들 폐업이 늘고 있다. 내수부진이 지속되면서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점점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자영업 부진이 이어질 경우 이들이 1100조원대인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수는 546만3000명으로, 1년 전(551만2000명)과 비교해 4만9000명 줄었다.

내수부진 장기화 탓에 올해는 자영업자 수 감소폭이 5만명 가까이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자영업자 감소 추세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산업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도소매업 사업체 수는 일본 11.0개, 미국 4.7개, 영국 7.8개, 독일 9.3개인데 비해 한국은 18.8개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많았다.

음식숙박업도 인구 1000명당 13.5개로 일본(5.6개), 미국(2.1개), 영국(2.7개) 등에 비해 많은 편이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일다 보니 수익률이 낮고 따라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내놓은 '서비스산업 업종별 수요·공급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음식숙박업의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과 임금상승률이 하락하고, 공급초과와 낮은 생산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노후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은퇴층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치킨집'으로 상징되는 자영업으로 내몰리면서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세 미만 자영업자 수는 2007년 324만명에서 2013년 246만명으로 줄었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같은 기간 289만명에서 328만명으로 늘었다.

50세 이상이 전체 자영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7.1%에서 57.1%로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은퇴층의 자영업 비중 확대가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뇌관을 터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을 보유한 50대 이상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핵심을 이루고 있고, 이들이 대출금을 자영업 사업자금이나 생계비로 지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43조5000억원 가운데 주택구입 용도로 쓰인 대출 규모는 22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50.9%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작년 3월 기준)은 50.7% 수준이다. 이는 은퇴층 자영업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그동안 나타난 은퇴층의 소득증가율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는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은퇴층이 자영업에 진출할 경우 일부 업종의 낮은 수익성 탓에 부실화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앞선 보고서에서 "도소매·음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업황이 부진할 경우 이들의 임대료에 의존해야 하는 부동산 임대업자의 재무건전성도 함께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영업 위기가 고용이나 소득 감소에 그치지 않고 금융안정성 전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화상태인 자영업의 구조조정을 앞으로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체 자영업자 수 감소는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자영업으로의 진입이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퇴출이 그보다 더 많다는 뜻으로 경기침체나 과잉경쟁으로 폐업이 더 늘어난다면 대출로 창업한 자영업자들의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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