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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님,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기자수첩]신동빈 회장님,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등록 2015.08.05 16:57

정백현

  기자

신동빈 회장님,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기사의 사진

구약성경 잠언에는 “미련한 자도 잠잠하면 지혜로워 보이고 입술을 닫고 있으면 슬기로워 보인다”는 구절이 있다.

직역하면 “묵직한 사람이 때로는 슬기롭게 보인다”는 뜻이다. 달리 해석하면 “쓸데없이 행동을 가볍게 하는 것만큼 그 사람에게 돌아가는 손해가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구절과 비슷한 뜻의 유명한 문장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다.

현재 상황에서 이 문장과 딱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점입가경의 형제 간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그는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뒤 경영 현장을 바삐 돌며 롯데 임직원들을 향해 호기로운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 바깥에서 롯데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시선을 감안한다면 신 회장은 지금 마냥 웃고 다닐 때는 아니다.

롯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롯데를 향한 온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안 그래도 ‘짠돌이 기업’, ‘일본계 기업’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롯데에게 이번 사태는 도덕적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들은 매일 전해지는 롯데가의 눈꼴사나운 싸움 소식에 격노하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 특유의 폐쇄적 경영 기법과 일본식 기업문화, 오너 가족과 임직원들의 거짓말 논란, 일본 막부시대를 연상케 하는 그룹 임직원들의 충성 경쟁, 신씨 형제들의 서툰 한국어 등이 주된 비판의 소재가 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 활동이 잘못 됐다는 게 아니다. 방식이 잘못됐다. 현재 시점에서 신 회장은 ‘후계자 신동빈’ 이미지를 강조하기보다 재계 5위의 대기업 롯데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먼저 다해야 한다.

신 회장이 지난 며칠간 경영 현장을 다니는 동안 10만여명에 달하는 전국의 롯데 계열사 임직원들은 자신의 일터를 비난하는 국민들의 냉랭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일해왔다.

다른 기업보다 턱없이 적은 평균 연봉에 ‘없어져야 할 기업’이라는 투의 비난까지 받으며 일하는 롯데 임직원의 마음을 신 회장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당분간 자숙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신 회장 본인이 진실로 롯데그룹 구성원 모두와 함께 성장을 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좇기보다 조용히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다.

신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외부로 알리는 홍보라인도 이번 사태에 대해 더 신중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 오직 신 회장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현안을 처리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모든 일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롯데 홍보라인이 해야 할 일은 신 회장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롯데의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다. 의혹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사실을 알리고 바로 잡을 것이 있다면 당당히 바로 잡는 것이 홍보라인의 할 일이다.

앞으로도 롯데 홍보라인이 이러한 본분을 버리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신동빈 회장의 편에만 서려 한다면 롯데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것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당장의 경영권 쟁탈전에만 몰입하지 말고 롯데 계열사에서 일하는 10만여 임직원들의 마음과 롯데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시각을 십분 헤아리고 모든 일에 임해주길 바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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