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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1000번의 고민과 다짐···그렇게 써내려간 우리사회의 23년 (종합)

‘그것이 알고 싶다’, 1000번의 고민과 다짐···그렇게 써내려간 우리사회의 23년 (종합)

등록 2015.09.02 07:50

김아름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br />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맞이했다. ‘흥미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치밀한 논리구성과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다짐과 고민의 결과는 ‘1000번째 발자취’라는 자부심을 앞두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더브릴리에 웨딩홀에서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1대와 4대 진행자였던 배우 문성근과 5대 진행자 정진영을 비롯해 현재 진행을 맡고 있는 김상중과 민인식 SBS 교양국장이 참석하며 ‘그것이 알고 싶다’의 1000번째 역사를 기념했다.

행사에 앞서 민인식 SBS 교양국장은 “‘그것이 알고 싶다’ 조연출로 시작했다. 입사해서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첫 촬영에서 문성근 선배에게 사인 좀 해달라고 노트를 내밀었다가 담당 선배 PD에게 혼쭐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23년이 흘렀다”고 운을 뗐다.

민 국장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큰 거목 같은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사 다큐이면서도 때로는 휴먼, 고발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담긴 프로그램이다. 복합적인 요구를 받는다”며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의 역할이다. 토요일 밤 11시 시간대에 타사 예능 프로그램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역할 등의 복합적인 프로그램인데, 그런 것들이 모여서 1000회라는 나무를 만든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애정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말로 기자간담회 행사를 시작했다.

◆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알리고 싶었던 ‘그것’

올해로 1000회를 맞이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30년간 지속된 군사정권 말기. 방송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완화되면서 시사 프로그램에 황금시절이 찾아왔던 1992년 3월 31일, 개국 1년을 맞이한 SBS에서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형호 어린이 유괴 사건 - 살해범의 목소리’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성공적인 출발을 보인 뒤 23년이라는 꾸준한 시간동안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했다. 이는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드문 기록이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br />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에 대해 초대 진행자이자 4대 진행자인 배우 문성근은 “섭외를 받고 방송국을 갔는데 나보다 10년 위 선배들의 사진이 있더라. ‘중후한 진행자를 원한다’고 했었는데 그 당시 나는 중후하지 않았다. 나를 선택한 것은 모험이었던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이 높은 신뢰를 갖는 이유는 제작진의 능력이다. 실수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접근했던 게 오래 쌓이면서 신뢰가 형성된 것 같다”며 오래 방송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는 스토리텔링형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반기는 시청자들의 응답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알고 싶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문성근은 “민주 공화국이 잘 굴러가는데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잘 굴러가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게 ‘그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김상중은 “‘그것’은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것. ‘저널리즘’을 갖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두드리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그것’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이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영은 “‘그알’은 사실 자체를 그냥 나열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잘 구성된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것’은 우리의 소망 같다. 이 시대의 아픔과 치유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넘어서 도달해야 할 소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묻혀 있던 진실을 찾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함께 기쁨을 나눴고, 고통스러운 수간을 마주하며 차오르는 분노를 함께 나눴다. 이 모든 것을 지켜봐왔던 세 명의 진행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김상중은 ‘세월호’ 사건을 꼽았다. 그는 “세월호 사건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다 드러낼 수 있었던 사건이라 가장 기억에 남고, 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행동도 했었다”고 밝혔다.

정진영은 “내가 진행했을 때는 언론 자유가 많이 보장됐던 시기다. 그래서 아이템을 많이 고민했다”며 “김선일 피랍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하나의 아이템을 다루려면 몇 주가 필요한데 워낙 시급한 일이다보니 다루던 작품을 내려놓고 모든 스탭들이 같이 모여서 만든 사건이 김선일 씨 피랍 사건이다. 함께 밤새고 녹화한 방송이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또 문성근은 “장준하 선생 의문사를 다뤘을 때다. 마지막 동행 목격자가 문상을 왔고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봐서 녹음을 한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6.25 때 북한에 간 남편이 6개월간 결혼생활을 하고 헤어진 아내와 만나는 장면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김상중, 정진영, 문성근, 정철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김상중, 정진영, 문성근, 정철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첫 출발은 문성근이 함께 했다. 그는 1992년 3월 31일부터 1993년 12월 26일 1년 9개월간 초대 진행자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스토리텔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4년여의 시간이 흐른 1997년 10월 26일 다시 프로그램에 재개해 4년 6개월을 더 이끌었다. 또 문성근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진영은 2002년 5월 18일부터 2006년 1월 21일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을 다시 맡고 싶은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진영은 “인생에서 든든한 경험이었다. 나레이션 녹음을 하다가 울컥하고 중단된 적도 있었다. 굉장히 불편한 프로그램이다”라며 웃었다.

문성근은 “97년에 재개할 때 시청자들이 쫓아내지 않으면 끝까지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500회 특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1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두 분은 젊어서 에너지로 생각하지 않겠지만 저에겐 이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로서의 자리는 맡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자 가장 오랜 기간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상중은 “할 때까지는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가끔 작가들과 ‘같이 늙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내 바람 역시 그렇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진행자의 입장으로 오랜 시간 공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업그레이드 된 사람이다.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그알’ 덕분이었다. 그래서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긴다. 제작지들의 피와 땀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늘 바른 생활을 하려고 한다”며 “연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였다.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들이 내 주변에서 생기고 있다. 그런 억울함들이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끝날때까지 알려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은 기본적인 내 자질이 발라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그것이 알고 싶다’를 향한 막중한 책임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br />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또 김상중은 “재미있게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언제까지 진행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행하는 동안 꼭 북한을 가보고 싶다. 북한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꼭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 자리를 끝내며 문성근은 “1000회를 함께하게 돼 기쁘다. SBS에서는 ‘그알’이 간판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며 “조금 더 과감하고 길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또 정진영은 “김상중 씨가 말한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는 현실들을 ‘그알’이 초심을 현재 조건에서 최적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위해 변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모습과 열정으로 계속 한다면 2000, 3000회 계속 갈 것 같다. 소중한 것이 그 뜨거운 현재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원’을 이야기 하자면 ‘그알’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상중은 “시사프로그램이 1000회의 금자탑을 세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금자탑을 잘 지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앞으로 남은 시간 잘 해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오랜 전통을 함께한 만큼 ‘그것이 알고 싶다’를 거쳐간 PD도 80여명에 달한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을 담아낼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알고 싶은’ 혹은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부러지지 않고 곧게 정진해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들과 진행자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은 시청자들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는 1대 진행자 문성근을 시작으로 박원홍, 오세훈, 정진영, 박상원, 그리고 현재 김상중에 이어지는 약 23년간의 시간 동안 SBS 간판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오는 9월 5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00회를 맞이한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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