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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별’ 된 재벌家 3·4세, 세대교체인가 금수저 잔치인가

‘왕별’ 된 재벌家 3·4세, 세대교체인가 금수저 잔치인가

등록 2015.12.15 08:21

수정 2015.12.15 08:30

정백현

  기자

30대 고위 임원 대거 등장···후계 승계 작업 적기 판단오너家 자제 전면에 내세워새 리더십 위기극복 평가속‘금수저’잔치 비판도 거세

위 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이더스트리 상무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전무,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위 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이더스트리 상무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전무,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을 맞아 재계 오너 3·4세들이 앞다퉈 각 기업의 주력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승진한 오너 3·4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그룹의 미래 사업 육성을 책임질 수 있는 적격자라는 긍정적 전망과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잘 만나서 성공한 ‘금수저’라는 비판적 시각이 공존한다.

지난해 인사 시즌에는 유독 오너 자제들의 파격 승진 인사가 적었다. 무엇보다 인사가 이뤄지던 시점에 공교롭게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재계 안팎에서 오너 자녀들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재벌가에 대한 반감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고 새로운 사업 기회 마련을 위해서는 올해 적극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너 3·4세 인사들에 대한 파격적인 승진이 줄을 잇고 있다.

◇초고속 ‘왕별’ 된 이들 누구인가 = 이번 임원 인사 시즌에서 승진한 이들은 대부분 재계 5~20위권의 중상위권 대기업 오너들의 3·4세들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30대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재계 10대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를 임원 신규 발탁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파격을 택했다. 그의 한국식 나이는 내년 35세가 된다.

GS그룹은 30대 오너 4세가 무더기로 승진했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 겸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고 허 회장의 조카들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 겸 상무와 허서홍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도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 겸 상무 역시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다. 몇 주 뒤 한국식 나이로 34세가 되는 김 전무는 앞으로 그룹의 미래 핵심 먹거리 중 하나인 태양광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 주류업계에서도 30~40대 오너 3·4세 인사들의 릴레이 승진이 이어졌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맏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백화점 경영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오빠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경영 총괄과 이마트 경영을 맡고 정 사장이 백화점 경영을 맡는 형태로 향후 구도가 가는 것이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은 2012년 4월 상무 자리에 오른 이후 불과 3년 8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그는 올해 한국식 나이로 38세에 불과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도 한국식 나이 40세 등극을 두 달여 앞두고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영남의 대표적 주류업체인 무학은 최재호 회장의 아들인 최낙준 씨가 입사와 동시에 등기임원에 오르면서 상무 직급을 달았고 호남 주류업계 터줏대감인 보해양조도 임성우 회장의 장녀 임지선 씨가 최근 대표이사 겸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오너 4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도 2012년 입사 이후 3년여 만이자 불과 32세(한국식 나이 기준)라는 어린 나이에 상무보 자리로 승진하면서 ‘별들의 행렬’에 동참했다.

◇미래 성장 이끌 적임자 vs 금수저에 미래 못 맡겨 = 재계 안팎에서는 이들이 각 기업의 전면에 급부상한 점에 대해 두 가지 배경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각 기업별로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의 성장을 꾀하기 위해 신성장 사업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인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의 적임자로 오너의 자녀들을 적극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번에 승진한 오너의 자제들은 이미 대부분 각 기업 내에서 신성장 사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거나 미래 전략을 짜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선주들과의 영업을 총괄하는 정기선 전무나 태양광 사업을 맡고 있는 김동관 전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들이 해당 업종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젊은 패기와 빠른 두뇌 회전이 결합된다면 신성장 사업 육성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오너 일가인 만큼 자금력 동원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 많다고 내다보고 있다.

오너 자제들이 승승장구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계의 공통된 최근 인사 트렌드인 세대교체 바람을 꼽고 있다. 젊은 패기의 오너 자제들을 전면에 출격시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오너 자제들의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하지 않고 자란 ‘금수저족(族)’인 만큼 이들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의문부호가 떠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어린 나이에 부모의 후광을 받아 거액의 부를 축적한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실천도 있어야 하지만 유독 그런 면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재벌 오너 자제들의 행실 수준이 세계적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젊은 재계 인사들에 대한 시각이 차가운 이유는 그들의 사회적 책임 실천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낮은 자세로 현장의 근로자와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면서 일해야 이들이 한껏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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