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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경영’ 향해 첫 걸음 뗀 삼성

‘투명 경영’ 향해 첫 걸음 뗀 삼성

등록 2016.03.16 17:34

정백현

  기자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 맡도록 계열사 정관 변경경영 투명성 강화·주주 친화 위한 의미 있는 변화복수 기업 겸직·독립성 침해 우려 반드시 해결해야

삼성그룹 10여개 계열사는 지난 11일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에게만 한정했던 이사회 의장직 선임 대상을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장면. 사진=삼성전자 제공삼성그룹 10여개 계열사는 지난 11일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에게만 한정했던 이사회 의장직 선임 대상을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장면.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오랫동안 철칙처럼 여겨왔던 ‘은둔의 굴레’를 벗고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향해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10여개 계열사는 지난 11일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에게만 한정했던 이사회 의장직 선임 대상을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는 아예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 못하도록 정관을 바꿨다. 이들 계열사의 정관 변경에 따라 적어도 삼성에서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됐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이날 주총을 끝낸 후 진행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 사외이사에게 의장 의사봉을 맡긴 것은 삼성전기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도 정관을 바꿨다. 그러나 권오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권 부회장을 유임시켰다. 삼성물산은 이사회 의장을 각자 돌아가면서 맡도록 원칙을 세웠지만 거버넌스 체제 안정화를 위해 최치훈 사장을 의장으로 재추대했다.

삼성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의 선임 대상을 넓힌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지배구조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현안들을 조금 더 투명하게 처리해 시장의 신뢰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이사회 의장직 선임 대상 확장이 지난해 9월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 이후 모든 삼성 계열사가 전면적으로 펼치고 있는 ‘주주 친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허례허식을 벗고 실용적인 면으로 나아가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의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마다 상황에 맞게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에 대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 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서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사회 의장의 선임 대상을 넓힌 것은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더 선명하고 독립적인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이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 등에 대해 그동안 시원하게 공개한 적이 없었고 사외이사도 ‘거수기’ 역할만 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앞으로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강화되면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도 개방하면서 이런 현상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이 이사회 의장직을 폭넓게 개방하고 있지만 상장기업 중 90%는 여전히 의장 권한이 사내이사에게만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삼성을 필두로 이사회 의장직의 개방 현상이 확산돼 투명경영 기조가 퍼질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영향력 강화에 대해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복수의 기업에서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사업적 이해관계가 상호 대척점에 있는 복수의 기업에서 같은 사람이 사외이사를 맡을 경우 상당히 모호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울러 이사회 의장직이 독립적인 사외이사에게 개방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받는 거액의 보수와 회사의 보이지 않는 입김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부분 기업의 사외이사가 오너 또는 사내이사들이 낸 의견에 동조하기만 하던 거수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익보다는 공익을 먼저 보고 경영 관련 의견에 대해 주도적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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