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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선사의 침몰’이 재계에 주는 교훈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1등 선사의 침몰’이 재계에 주는 교훈

등록 2016.08.31 17:55

정백현

  기자

무능한 족벌경영·근시안적 판단이 회사 파국 몰아롱런하려면 위기에도 미래 준비하는 배포 키워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전경. 사진=뉴스웨이 DB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전경. 사진=뉴스웨이 DB

‘국내 해운업계 1위 기업’ 한진해운이 결국 경영난 끝에 회생 절차를 밟게 된 가운데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가 재계 안팎으로 큰 교훈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채권단에 추가 자구계획을 제출하고 마지막 지원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지난 30일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지원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국 31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사실 한진해운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동종업계 경쟁사인 현대상선보다는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경영난의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창사 39년 만에 결국 침몰하게 됐다.

한진해운의 침몰은 ‘대마불사(大馬不死) 시대의 종언’이라는 사실과 연결된다. 이는 재계 안팎에서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업계 1등 기업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진해운을 나락으로 빠뜨린 ‘잘못된 선택’을 답습했거나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 재계 안팎에 꽤 있다는 점에 있다. ‘잘못된 선택’ 중 대표적인 것이 족벌경영과 현재에 안주하고 미래를 등한시한 ‘근시안적 경영’이다.

업계를 호령하던 한진해운이 쓰러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무지(無知)의 족벌경영’을 꼽을 수 있다.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이 오너와 가까운 인연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잡았다가 회사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6년 고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한 후 조 전 회장의 미망인인 최은영 전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최 전 회장은 해운 산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가정주부였다. 최 전 회장의 밑에서 일했던 김영민 전 사장도 해운업계 인사가 아닌 금융계 인사였다.

업계 내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경영을 맡다보니 장기적 시각에서 회사를 운영하지 못했고 단순한 앞가림에만 치중하다보니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 이는 결국 회사의 운명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꼴이 됐다.

무능한 족벌경영의 폐해로 인해 망가진 기업 사례는 한진해운 외에도 꽤 있다. 1980년대 자수성가형 벤처의 원조 격이었던 삼보컴퓨터가 대표적이다. 삼보컴퓨터는 검증되지 않은 오너 2세 인사들의 무리한 사세 확장과 방만한 경영 때문에 2000년대 후반 부도를 맞았다.

‘토목건축업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도 창업주 일가의 자손들이 경영을 독식하면서 회사 상태가 몇 년째 롤러코스터를 타듯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부토건도 지나친 족벌경영이 부실의 씨앗이 됐다고 보고 있다.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했던 나머지 미래 준비에 신경 쓰지 못했고 이것이 오늘의 침몰로 이어졌다는 점도 재계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999년부터 9년간 안정적인 이익을 내면서 한 때 액면가 기준 20%의 현금배당을 하는 등 탄탄한 성과를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정적 이익을 내고 현금을 유기적으로 융통시키던 시절에도 미래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없었다.

한참 잘 나가던 시절 장기(長期)로 용선 계약을 맺은 것을 미래 투자로 해석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외에는 딱히 미래 성장을 위해 돈을 쏟은 흔적이 없다. 해운업과 연관된 신사업을 발굴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장기 용선 계약은 몇 년 뒤 독이 되어 돌아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침몰은 평소 경영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 아픈 해답”이라면서 “위기가 왔다고 하더라도 회사 근간을 탄탄히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배포가 있어야 1등 기업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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