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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에 뺨 맞은 재계, 허탈함만 커졌다

[고통스런 재계]‘최순실 게이트’에 뺨 맞은 재계, 허탈함만 커졌다

등록 2016.11.07 13:52

수정 2016.11.15 08:14

정백현

  기자

崔 관련 논란에 휘둘린 대기업 10개 이상큰 피해에도 홀로 속앓이···허탈·억울 증폭재계 일각 “투명경영 위한 반성 계기 될 것”

‘비선실세’ 최순실 검찰 소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 하고있다.‘비선실세’ 최순실 검찰 소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 하고있다.

재계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적잖은 내상을 입으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저린 자기 반성을 통해 반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밝혀진 사정당국의 대(對)기업 사정 활동이나 구조조정 추진, 경영 외적 각종 사업 지원 등의 현안에서 청와대 비선실세 핵심 인사인 최순실 씨 측과의 지원 관계에 있었거나 청와대, 정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언급된 기업은 7일 기준으로 10여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언급된 소식의 사실 관계와 무관하게 큰 상처를 입었다.

삼성그룹은 최 씨의 딸이자 승마선수인 정유라 씨의 활동을 위해 거액을 지원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검찰에서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에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안팎에서 벌어진 논란에 삼성 임직원 다수가 심란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SK그룹과 롯데그룹, 한진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 자산총액 기준 순위 최상위권에 있던 일부 대기업들은 최 씨가 사실상의 실소유주로 드러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운영 지원 자금을 내는 과정에서 논란의 희생양으로 대두됐다.

특히 최 씨 측이 제안한 운영 자금 추가 납부를 거절했던 SK와 한진은 추가 납부 제안 거절 이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한진해운 정상화 등의 현안에서 일방적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외압에 의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강제 해임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최 씨와 최 씨의 측근 내지는 청와대의 외압을 이기지 못해 사실상 돈을 뺏긴 피해자 신세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최 씨와 청와대를 향해 돈을 바쳤다’는 사회 안팎의 비판으로 조용히 상처를 가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허탈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두 재단에 돈을 댔지만 직접적 논란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다른 기업들도 현재 상황을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다만 논란이 됐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허탈함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강제모금을 진행했던 전경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재단에 대한 강제모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진행됐다는 공식 혐의가 드러날 경우 돈을 낸 기업들 역시 거센 후폭풍을 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강제모금에 참여했던 대기업에 대해 검찰 수사가 공식화된다면 재계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비화됐던 16대 대선 당시 정치자금 불법 모금 사태 수사(2003년~2004년) 이후 12년 만에 또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다.

다만 12년 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12년 전의 재계는 정치자금 불법 제공자 신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진 강제모금의 성격이 큰 만큼 피해자 신분으로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오너 리스크와 직결될 가능성도 적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꽤 탐탁지 않은 일이다.

다수의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또 다시 정경유착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거듭됐던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국가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기조가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과거 ‘차떼기 사건’ 수사 이후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정당에 대한 기업의 정치자금 전달이 법으로 금지된 만큼 이번 수사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기업의 돈이 청와대나 대통령 측근, 정치권으로 흘러가는 일이 근절되지 않겠냐는 희망을 걸고 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앞으로 정치권이나 재계 모두 돈과 연관됐던 관례 자체를 금기시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기업이 경영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의 본분만 충실하고 기업 역시 스스로의 사업 역량 강화로 세계 시장에서의 힘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업의 임원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진다면 재계와 정치권 모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각 기업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아프게 받아들이면서 투명하게 성장·발전할 수 있는 체질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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