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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國調’ 기업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라

[기자칼럼]‘최순실 國調’ 기업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라

등록 2016.11.22 09:44

수정 2016.11.22 15:38

정백현

  기자

‘최순실 國調’ 기업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라 기사의 사진

기업인들이 또 다시 국회에 불려가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돈을 바쳤다는, 아니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갈취 당했다는 의혹 때문에 검찰청사에 이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게 됐다. 심지어 전국의 국민이 지켜보는 지상파 TV 생중계 청문회 증언대에 선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간사 협의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총 9명의 대기업 총수를 오는 12월 5일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주체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한날한시에 국회에 나가서 증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좋게 말해서 이례적인 일이지 실질적으로 보면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또 하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 증언대에 기업인들을 불러 세우는 것이 왜 쓸데없는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기업인들을 상대로 보여줬던 고압적 태도를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의원들은 기업인들에게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라고 지시하고 별것 아닌 일에 호통을 쳤으며 면박과 망신을 줬다. 경영상의 이유로 증언에 불참하면 “국회가 그렇게 우스운 곳인가”라고 화를 잔뜩 내며 기업인들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한다.

호통 치는 의원들이 모두 떠받들어야 마땅한 성자(聖者)들이었다면 넘어갔겠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모두들 밥값도 제대로 못하는 머슴들이다. 놀고먹는 머슴이 무슨 낯으로 그러는 것인지 상식의 선에서는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기업인들이 나왔다고 하면 승냥이떼처럼 달려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번 청문회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이 있다면 신사적으로 따져야 한다.

국회는 지금 상황에서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정부 사이의 돈 거래와 관련된 모든 일은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야당 추천으로 선임될 특별검사팀에서도 수사가 예정돼 있다.

사법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심지어 기업인들은 현재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 신세다. 가뜩이나 복잡한 심경의 피해 기업인들을 불러다가 위로는 못할망정 오히려 호통을 치겠다는 정치권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아닌 밤중에 봉변을 당해서 울고 있는 사람을 더 괴롭히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경영 현안으로 바쁜 상황에서 청문회에 집중하다가 더 큰 경영 이슈를 마주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기업인에게는 경영 활동이 본분이다. 경영 활동에 매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애꿎은 기업인들을 불러다 호통을 치고 망신을 주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총리를 세우는 일에 모든 힘을 다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국정조사에 대한 증인 신문은 대통령의 뒤에서 나라 정사를 좌지우지했던 최순실과 그의 측근들,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이요 이 모든 일의 공모자이자 범법자인 박근혜 대통령 본인에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은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돼야 할 것이다.

죄 없이 돈을 뜯긴 기업인들을 더 이상 좌절하게 하지 말라. 그들을 조용히 경영에 매진할 수 있게끔 놔둬라. 이 땅의 모든 기업인들을 조용히 응원하는 것이 오늘 여의도에 모인 국회의원 300명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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