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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허탈·촛불···추락한 國格에 울었다

[丙申年이 남긴 것은]분노·허탈·촛불···추락한 國格에 울었다

등록 2016.12.27 13:30

수정 2016.12.27 14:13

이창희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망연자실국정 컨트롤타워 상실로 대혼돈경제 곳곳 파열음···국민들만 큰 고통

2016 병신년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국민 822만명이 촛블을 들었고, 국회는 탄핵안을 가결시키며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화답했다. 정치 경제 금융의 중심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과 빌딩들이 2017년에는 정치와 경제 모두 환골탈태하기를 염원하는 듯 밝게 빛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2016 병신년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국민 822만명이 촛블을 들었고, 국회는 탄핵안을 가결시키며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화답했다. 정치 경제 금융의 중심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과 빌딩들이 2017년에는 정치와 경제 모두 환골탈태하기를 염원하는 듯 밝게 빛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2016년 대한민국은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폭넓은 변화를 체감했다. 장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는 동안 수많은 대내외적 변수들로 인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고, 고령화와 저출산에서 비롯된 사회 병리적 현상도 심화됐다. 정치 영역에서는 초유의 비선실세 파문으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탈출구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
수년 째 장기적으로 이어온 저성장 기조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수출·내수 경기는 바닥 수준으로 추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더 떨어졌다는 지적에 이르렀다. 경제성장률은 점점 낮아지다 2%대를 끝내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별다른 기대 요소가 없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에 반해 가계부채는 엄청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치솟는 중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6655만원으로, 전년 대비 6.4%(339만원) 증가했다. 이는 2013년 부채증가율(7.5%)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뿐만 아니다. 실업률과 제조업 가동률, 소비자심리지수(CCSI)은 오르는 가운데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이 맞물린 스테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연말연시 소비진작을 포함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 등 적극적인 정책대응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폭발과 함께 꺾인 삼성의 자존심
삼성전자는 국내 1위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이자 IT(정보·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맏형’의 지위를 점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결함으로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명성에 심각한 금이 갔다.

현존 최고의 ‘스펙’에 홍채인식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출시 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다 탈이 났다. 점점 얇아지는 본체에 비해 전작의 개선을 위해 몸집을 늘린 배터리가 화근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기술력의 한계가 드러난 점이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가 모두 떨어졌다는 우려와 함께 손실액이 총 7조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경쟁작인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화웨이 등 후발주자들의 약진에서 비롯된 조급증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배터리’로 상징되는 기본적인 부분부터 개선에 착수하고 본연의 강점인 서비스 분야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가진 소비자들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는 점도 반등 요소로 꼽힌다.

◇눈 뜨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
올해 3월,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5차례의 대국을 벌였다. 결과는 이 9단의 1:4 패배로 마무리됐다.

사람들은 이 9단의 초인적인 능력에 경의를 나타내면서도 예상 외로 급성장한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감탄과 우려의 시선을 함께 보냈다. 기술적 발전의 엄청난 속도에 모두가 놀랐다. 이는 IT 분야의 발전 잠재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다시 한 번 제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사회도 작지만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해묵은 부정부패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망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제도적인 법제화가 이뤄졌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된 것이다.

물론 시행 범위와 기준, 대상 등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은 데다 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여론의 강고함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복지 부담은 늘어가는 데 반해 일할 인력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중과부적이다. 결국 새로운 먹거리 산업의 개발과 함께 경제와 노동시장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외 변수,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나
지난 6월23일 영국에서는 치열한 국민투표 끝에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됐다. 43년 만에 유럽 28개국으로 구성된 EU에서 ‘독립’한 것이다. 영국이 독일에 이어 가장 많은 연간 30조원의 분담금을 내면서도 EU가 독일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것과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불만 등이 배경이 됐다.

브렉시트와 함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파운드화의 폭락과 함께 엔화가 급등하는 등의 급격한 변화가 찾아들었다. 유례가 없는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로 제기됐다.

한국은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성장·고용 위축 우려에 따라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실시했고 내수 진작을 위한 각계 투자도 병행됐다. 대외적으로는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추진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보였다.

이는 아직까지 나쁘지 않은 대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는 영국의 EU 탈퇴 선택에 대해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도 불확실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국 내수 진작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 속에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늪 속에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며 제대로된 대처를 해 나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 이후 혹은 차기 정부에서가 출범하고서야 본격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됐을 사태
아무런 전문성도 자격도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국정을 농단하고 막대한 사익을 취한, 헌정 사상 초유의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백만의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고, 이에 놀란 국회는 부랴부랴 탄핵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의 적지 않은 범죄 혐의가 드러났고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정 컨트롤타워의 붕괴는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경제지표들은 바닥을 치고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상황에서 이에 대처할 주체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하지만 경제지표로만 가늠할 수 없는 국민들의 물리적·정신적 피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보듬고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사법적 단죄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은 붕괴된 국가시스템의 재건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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