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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제왕적 대통령제, 이대로는 안 된다

[Change System, Upgarde Korea]무소불위 제왕적 대통령제, 이대로는 안 된다

등록 2017.01.02 07:41

수정 2017.01.02 07:49

이창희

  기자

성공한 대통령 없는 5년 단임제가 문제 너도 나도 ‘정치개혁 타이밍’, 방법론 분분대통령 권력축소가 시작···시대정신·비전 담아야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막대한 사익편취가 국가의 존립을 뒤흔들었다. 국정 컨트롤타워는 붕괴됐고 국민들은 해가 바뀌어도 충격과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국정운영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역사적 진보를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개선 정도가 아닌 혁명적 수준의 개혁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 보장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작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수명 다한 ‘중앙집권적’ 5년 단임제
대한민국은 1945년 광복에 이은 1948년 정부수립 이래 대통령제를 줄곧 유지해왔다. 한국의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과 행정부·사법부 인사권을 한 손에 쥔 권력의 정점에 위치했다. 표면적으론 민주주의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크고 작은 비선실세 의혹에 시달렸다. 부모·형제나 처자식, 친·인척들의 도 넘은 전횡이 적발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사법 처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역대를 통틀어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핏줄도 아닌 최순실씨가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인사권을 남용하며 그 과정에서 온갖 부정부패의 흔적을 남겼고,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서다.

상당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소설과 영화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눈앞의 현실로 펼쳐지는 동안 대통령은 이를 막아내기는커녕 방조·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구중궁궐’로 표현되는 청와대에서 수준 미달의 이들이 국정을 제멋대로 다뤘고, 국가적 재난이 벌어진 시간 대통령의 행적은 사생활이라는 미명 아래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두 달 여 동안 1000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다시금 고민하고 대통령이 가진 권한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됐다. 동시에 이는 시스템의 개선 없이 지금과 같은 권력구조를 방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수렴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 민심은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대한민국의 ‘리셋’과 ‘리뉴얼’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태 메시스컨설팅 대표도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모든 적폐는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됐고 사회 개혁은 대통령 권력 축소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중임제 vs 이원집정부제 vs 의원내각제
거대한 촛불민심에 놀란 정치권은 국민들의 개헌 요구를 서둘러 수용하고 앞다퉈 방안 모색에 착수했다. 각 정당과 정치집단은 개헌 자체의 필요성과 시급성, 권력 분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의 폭과 깊이에 대한 온도차,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차가 뚜렷해 앞으로의 논의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구조 개편 방안은 크게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으로 나뉜다. 제각기 장단점이 뚜렷한 가운데 여론의 선호도는 대체적으로 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4년 중임제는 현재 5년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동시에 재선을 허용해 최대 8년의 임기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한 반면 임기 초반 재선을 위한 포퓰리즘 국정 운영의 우려가 있다. 현재 미국이 이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여야 현역 의원들의 절반 가량이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 잠룡들 중에서는 유승민 보수신당 의원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유 의원은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문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로 가는 것이 안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도 불리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국방·외교·통일 등 외치를, 총리가 행정권을 포함한 내치를 각각 담당하는 방식이다. 분업을 통한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내치와 외치로 권한을 나누는 기준 설정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프랑스와 핀란드 등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김무성 보수신당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 ‘상하이 발언’을 통해 가장 먼저 거론했으며, 김부겸 더민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이를 지지하는 잠룡들이다. 다만 김 의원은 최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의원내각제는 총리와 장관을 국회에서 선출하고 국회가 정부의 구성 및 존속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왕적 권력을 방지하는 동시에 민의의 반영이 수월하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정쟁이 심화될 수 있고 유사시 대응이 늦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영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국가다.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내각제 도입을 오랜 기간 주장해왔으며 최근에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이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내세우고 있다. 손 전 고문은 “독일은 다당제 의회에서 연립정권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고 합의제 민주주의의 협치를 완성했다”며 “통일정책과 원자력발전소 폐기 등 정책의 연속성도 보여줬다”고 역설했다.

◇권력구조만 바꾸면 ‘반쪽’ 불과···개혁도 함께 가야
이처럼 개별 방법론들의 장단점이 뚜렷하고 정당 및 정치집단 간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치열한 논의를 거쳐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외곽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국회 개헌특위 구성이 첫 과정으로 꼽힌다. 여기서 나온 내용들을 갖고 국민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거친 뒤 법리적 검토 등 실무 작업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수준에서 개헌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으로 조성돼 있으니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바꿀 것인지 국회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에 단순히 권력 구조 개편만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차제에 새로운 시대정신과 국가의 미래비전이 포함된 개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단순히 개헌만 해서는 정치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어 정치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권력구조 부분만 교체해서는 지역 할거주의가 더 악화돼 개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번에 들어설 정부는 헌법 개정과 선거개혁을 중점 과제로 하는 과도정부가 돼야 한다”며 “2018년까지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마무리하고 2020년에 총선을 실시하면 모든 개혁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결국 권력구조의 변화를 모색하되 이를 정치개혁의 토대 위에서 이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의 최우선 고려대상은 정치권의 의지가 아니라 국민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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