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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감세 경쟁 속 한국만 역행

[기업하기 힘든 나라]글로벌 감세 경쟁 속 한국만 역행

등록 2017.08.01 07:37

주혜린

  기자

법인세 인상,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최저임금, 비정규직 전환도 부담해외 이전 기업도 늘어날 듯···경쟁력 약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고임금에 세금 증가까지··· 해외로 가야 하나 봅니다.”

정부와 여당에서 ‘부자증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재계에서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늘고 있다. 세계적 감세 추세 속에서 유독 한국에서는 기업들의 부담이 점점 커져 기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규 채용 확대에 더해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과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까지 기업들의 부담은 ‘산 넘어 산’ 이다.

앞서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자 업계에서는 ‘인건비 줄이기’ 열풍이 불고 있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강제로 세금을 물리고, 전환할 경우에는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발상도 기업에게는 큰 짐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초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을 보면 과세표준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40%로 돼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리는 방안도 들어있다.

한국은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2억원 이하는 10% △2억~200억원은 20% △200억원 초과 22% 등 3단계 과표 구간을 두고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추 대표가 제안한 2,000억원 초과 대기업 25%의 세율이 신설되면 법인세 체계는 4단계로 바뀐다.

현재 소득 2,000억원을 넘는 초대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포함한 116개사다. 만약 부자증세가 시작되면 이들이 추가로 내야할 세금은 대략적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감면대상 세금 축소분까지 더하며 4조원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소득 재분배 강화라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이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부자증세가 시작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저마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최고세율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는 방안까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기업 분할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높은 세율을 피하기 위해 ‘쪼개기’, 즉 기업 분할을 시도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다. 과세표준이 300억원에 이르는 기업은 이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150억원 규모의 두 회사로 분할해 20%의 세율을 적용받는 식이다.

앞으로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은 세금 부담이 더 커지므로 기업 분할이 더 성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업 분할은 상법상 보장되는 합법적인 행위여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제지할 수도 없다.

이런 식의 기업 분할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 분할로 최고세율을 피해 가면 원하던 세수증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분할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해외기업의 국내투자도 줄어들어 기업납부세액과 일자리가 외국 정부와 해외 근로자에게 이전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세금 부담이 큰 나라의 기업이 낮은 나라로 이전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미국의 공룡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으로 이전해 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이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지방세 포함)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13위다. 총조세 대비 비중을 보면 17.5%로 순위가 7위로 상승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기업들의 법인세 회피가 늘어나자 세금을 낮춰주는 추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5%의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0년까지 28%로 낮추기로 한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5%로 추가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도 2008년 30%이던 법인세율을 20%로 무려 10%포인트 인하했으며 2020년까지 다시 17%로 낮출 방침이며, 중국도 2008년 33%에서 25%로, 일본은 2012년 40.69%에서 38.01%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세율을 30.86%로 낮췄다.

우리나라가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율이 인상돼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규모는 국내에 사업장을 새로 만들거나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며 “여기에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정책기조 분담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훨씬 커진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초고소득 개인과 대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을 확정했지만 증세를 위한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달 초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 등 부자·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는 다양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00대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았지만 소득재분배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8월 초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포함돼 나올 것"이라며 "세율 인상에 더해 다양한 부자·대기업 증세안이 모두 담긴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는 과세형평성 제고와 관련해 '올해부터 자산소득·초고소득 및 탈루소득 과세는 강화하고 대기업 과세 정상화, 중산층·서민 등의 세제지원은 확대한다'고 명시돼 있다.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방안으로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하향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하향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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