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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보다 더 위험한 ‘갑질 장군’

[현장에서]‘북핵’보다 더 위험한 ‘갑질 장군’

등록 2017.08.04 15:15

이창희

  기자

박찬주 대장 공관병 피해증언 속출···장관 경고에도 ‘시큰둥’한반도 위기 상황서 軍 신뢰도 추락···군 전반 사기저하 초래

4성 장군이 자신의 업무를 보조하는 병사에게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행각에는 장군의 부인 등 가족들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군 특유의 상하관계와 폐쇄성으로 인한 심각한 적폐로, 군 전반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국방 개혁에 착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인권센터 발표에 따르면 육군 제2작전사령관인 박찬주 대장은 자신이 새벽기도를 가는 오전 6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각까지 공관병을 사적으로 부렸다.

박 대장의 부인은 주방에서 미나리를 다듬던 공관병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칼을 빼앗아 휘두르고, 속옷의 다림질이 덜 됐다며 얼굴에 뜨거운 전을 집어던지고 베란다에 감금했다. 폭언 등 가혹행위는 일상이었다.

불교 신자인 공관병을 억지로 교회에 끌고가는 등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고, 심부름 등 사적인 잡무를 시키기 위해 아예 호출용 전자팔찌를 착용시키기도 했다. 한 공관병이 이를 참다못해 공관 밖으로 나가자 박 대장은 그를 불러세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인데 예의를 지키라’라는 터무니없는 훈계와 함께 최전방 GOP로 징벌성 파견을 보냈다.

심지어 한 공관병의 경우 박 대장 부부의 갑질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을 시도했다는 추가 제보가 나오기도 했으며, 지난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박 대장에게 주의를 줬으나 그 후로도 ‘갑질’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장의 공관병은 가족들의 빨래와 집안 청소, 음식 조리는 물론이고 텃밭 가꾸기, 성경책 가져오기, 골프공 줍기 등 상식을 넘어선 업무 지시에 하루 종일 시달렸다. 말이 군 복무일 뿐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 것이다.

실제 육군 규정에 따르면 공관병은 시설관리와 지휘통제실과의 연락 유지, 식사준비 그밖에 공적 임무는 가능하지만 영농 활동이나 가축 사육을 비롯한 사적인 지시를 수행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처럼 상하 지휘체계가 뚜렷한 군대에서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군 사기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지금도 일선에서 국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병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까지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고위 군 간부라는 이가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한 병사를 하인 부리듯 하는 것이 21세기 강군을 표방하는 우리 군의 민낯으로 보일까 두렵다”며 “‘갑질 장군’이 북한 미사일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비난이 나오는 판국”이라고 토로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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