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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사 CEO 직권 해임 가능?···법령 따져보니

[팩트체크]금융당국, 금융사 CEO 직권 해임 가능?···법령 따져보니

등록 2018.01.29 18:05

정백현

  기자

금융당국 비리 적발시 CEO 해임 조치 시사관련법상 등기임원은 해임 권고 가능하지만법적 구속력 없고 '권고'의 의미도 애매모호금융당국이 해임할 법적 권한은 더더욱 없어

금융당국이 향후 채용비리가 적발된 민간 금융회사의 CEO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임 권고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 금융위원회 업무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금융당국이 향후 채용비리가 적발된 민간 금융회사의 CEO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임 권고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 금융위원회 업무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향후 채용비리가 적발된 민간 금융회사의 CEO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행법상으로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CEO를 직권으로 해임하거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발표한 2018년 업무계획 중 ‘금융 산업 쇄신’ 부문에서 금융권 채용 실태 전반을 점검·개편하고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적발된 CEO와 감사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여러 금융기관에 만연한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려는 당국의 의도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비리가 적발된 금융기관의 CEO를 직권으로 해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지분을 단 1%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법률적 위치의 우위를 앞세워 무리하게 직권 해임 절차를 밟을 경우 ‘관치 금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법률상으로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민간 금융회사 CEO의 해임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해임은 불가능하지만 해임 권고는 가능하다. 다만 당국이 해임을 권고할 수 있는 임원이 있는 반면 그럴 수 없는 임원도 있다.

현행법 중에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당국의 제재 규정이 명시된 법률 조항은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 ‘행정처분’에 있다.

해당 조항에서 “금융위원회는 법을 어겨 금융회사 경영 건전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별표 중 일부에 해당하는 금융지주회사나 회사 임직원에 대해 행정처분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당국이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 조치로는 회사에 대한 주의나 경고 또는 회사 임직원에 대한 주의·경고·문책 요구,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나 직무정지 또는 임원 직무대행의 선임이나 면직 요구, 일부 영업정지 등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지켜봐야 할 것이 있다. 해임을 시킬 수 있는 임원이 있고 해임이 불가능한 임원이 구분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 1항의 4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2조 제5호에 따라 업무집행책임자는 (해임 임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나와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2조 제5에 명시된 업무집행책임자는 등기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은행장, 부행장, 부행장보, 전무, 상무, 이사 등의 직함을 사용해 금융회사 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등기이사로 등재된 금융회사 임원 중에 금융지주회사법 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행위가 드러났거나 위법행위를 통해 경영 건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임원은 해임할 수 있고 등기이사가 아닌 고위 임원은 해임할 수 없는 셈이다.

현존하는 국내 주요 금융회사에서 미등기이사 신분의 CEO는 없다. 4대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의 은행장은 모두 등기이사(대표이사 회장·대표이사 은행장) 신분이다. 각 지주사의 부회장과 사장 역시 대부분 등기이사다.

다만 지주회사에서는 부사장 이하, 은행에서는 부행장 이하 임원 중 등기이사는 거의 없다. 법 규정상 부사장 또는 부행장 밑으로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해임을 권고할 수 없기에 채용비리의 책임을 최고위 CEO에게 물을 경우 원칙적으로 해임은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잠정 발표한 22건의 은행권 채용비리 사례 중 최고위 CEO가 직접 연루된 경우는 없었고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고위 임원 중에서 법으로 규정된 해임 대상에 해당하는 인원도 많지 않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민간 금융회사 CEO를 원칙적으로 해임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 연루 혐의가 없는 CEO에게 도의적 책임만을 물어 해임을 권고하기에는 그 권한이 상당히 모호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법으로 언급된 ‘해임 권고’라는 말의 근거나 배경, 실질적인 구속력도 현재 명시된 조항으로 봐서는 선명하게 나타나 있지 않기에 당국이 섣불리 해임 권고에 나선다고 해도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회사 고위 임원에 대해 ‘해임’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그만큼 채용비리 등 금융권 내에 만연한 각종 범죄 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러나 모든 일이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채용비리와 관련된 세부적 조사와 검찰 수사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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