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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습 감춘 이동걸 산은 회장

[현장에서]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습 감춘 이동걸 산은 회장

등록 2018.03.22 16:43

수정 2018.03.22 17:04

차재서

  기자

더블스타 기자회견 불참···집무실서 보고만 ‘무분규 논란’ 등 여론 악화에 자리피한듯“수장으로서 끝까지 책임감 보여야” 지적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의 기자회견은 안갯속에 빠진 금호타이어 매각의 향방을 뒤바꿀 무척 중요한 자리였다. 그가 고용과 ‘먹튀’ 등 주요 쟁점에 어떤 입장을 표시하느냐에 따라 노조와 채권단의 악화된 관계가 허물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이해관계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이목이 행사장으로 쏠린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위해선 더블스타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이날 현장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번 거래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산업은행 본점에서는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과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김계양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면서 독립경영을 보장해 공동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동걸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블스타 측이 마련한 행사라 굳이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대신 이 회장은 같은 시간 본점 집무실에서 자리를 지키며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회장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을 놓고는 다소 아쉽다는 말들이 나온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첫 언론 행사였던 만큼 그가 전면에 나서는 게 옳았다는 것이다. 노조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각에서는 사태 악화에 부담을 느낀 이 회장이 스스로 자리를 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주 금호타이어 노조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음에도 매각 작업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주고받은 ‘무분규’ 조항 등 불합리한 매각 조항이 유출돼 비난 여론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현재 극소수의 매체와 접촉해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의 당위성을 관철시키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회장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은 그간의 의구심을 모두 씻어내기엔 부족함이 많았다는 게 외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예상대로 고용불안정과 기술유출 우려, 거래 무산 가능성 등에 대한 질의가 빗발쳤지만 어느 하나 확신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차이 회장 역시 ‘사랑하면 마지막에는 결국 함께할 것’이라는 중국 속어를 거듭 언급하며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내비쳤지만 노조와 기본적인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마당에 그의 추상적인 말이 받아들여질리 없었다.

더블스타를 지원사격하는 산업은행 측 논리도 빈약했다. 이대현 수석부행장은 전방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존재하는 한 금호타이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거나 산은이 2대 주주로 배당과 기술이전 등을 견제할 수 있다는 등 핵심을 피해가는 말들만 쏟아냈다. 해외자본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또 이 수석부행장은 행사 중간 뜬금없이 “차이 회장이 중국 타이어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소개 좀 해달라”는 불필요한 얘기까지 끄집어내며 차이 회장과 더블스타 측을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한국GM 사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르는 산은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평이다. 금호타이어도 한국GM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산은이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자리했다면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사태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국책은행 수장이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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