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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추진 온도차···정몽구vs현정은 껄끄러운 관계 재부상

남북 경협 추진 온도차···정몽구vs현정은 껄끄러운 관계 재부상

등록 2018.06.22 15:57

수정 2018.06.22 16:00

김성배

  기자

현대아산, 5월초 TF 구성 발빠른 준비 현대차그룹 현대건설은 여전히 신중모드선대 유훈 현대아산 외면한 한계 드러내과거 왕자의 난 이후 시숙 관계 앙금 여전

그래픽=박현정 뉴스웨이 기자그래픽=박현정 뉴스웨이 기자

"현대건설은 대북사업에 가장 경험이 많고 노하우가 있는 인력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이 최근 건설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대북 경협 행보는 전혀 딴판이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들이 태스크포스까지 꾸리는 등 본격화하고 있지만 막상 맏형이자 현대차그룹 주력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관련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현대건설은 과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남북경협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다.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가 재개되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이 현대건설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이같은 유리한 조건에도 남북경협사업 참여를 망설이는 등 예상밖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직은 불확실한 남북관계를 감안한 신중론이란 관측과 동시에 과거 계열 분리된 현대그룹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2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남북경협의 주도권은 범현대가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이 아닌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쥐고 있다.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분야는 크게 관광(금강산, 개성, 백두산),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 기타 남북경협 사업으로 나뉜다. 이 중 계열사 현대아산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7개 대북 SOC 사업권은 북한의 경제 개방 이후 남북 경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은 2000년 8월 고 정몽헌 회장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두 차례 면담 끝에 북한에 5억달러(약 5300억원)를 지급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권을 포함한 SOC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양측이 맺은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전력, 통신, 철도,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사업을 30년간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대건설이 범현대가의 모태기업이긴 하지만 대북 경협 운영권은 현대그룹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현재까지도 남북경협 사업 관련 준비작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남북경협 추진팀을 구성하거나 정보수집 활동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유관부서에서 남북문제 관련 동향을 파악중인 정도일뿐 본격적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현대건설이 소속된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남북경협시 건설부문과 함께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현대제철) 및 철도(현대로템) 계열사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12일 북미정상회담까지 마무리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는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태다.

건설업계만 해도 과거 남북경협 사업 참여 경험이 있는 대우건설은 정식 대응팀을 만들었고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 등도 관련 TF를 꾸렸다.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90년대 말 정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건너가면서 남북경협에 물꼬를 튼 이래 북한과 긴밀한 인연을 맺은 업체다. 북한에서 경수로 사업을 주도한 것은 물론 정 명예회장의 이름이 붙은 체육관까지 건립했다.

이를 감안하면 남북경협에 대한 현대건설이나 현대차그룹의 소극적인 태도는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중을 기하는 것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지만 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가자는 정치적 방향만 제시됐을뿐 경협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어느 그룹보다도 대북사업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은 정치권에서 경협과 관련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온 뒤 행동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고 해석했다.

현재는 뿔뿔이 흩어져 사업영역 경계를 구분하기 애매한 범현대가(家) 사정상 현대건설이나 현대차그룹이 대북사업에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현재 남북경협 준비의 경우 범현대가에서는 현대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현대그룹 대북사업을 전담했던 현대아산은 지난 5월 초 남북 경협사업 TF를 구성했다.

이 TF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범현대가 기업이 나설 경우 자칫 그룹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과거 한식구였으나 현재는 각각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2010년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제수씨인 현 회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후 정 회장은 현 회장은 물론 범현대가 구성원끼리는 반목하지 말자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범현대가인 두 그룹이 사업영역이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경협 문제는 현대건설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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