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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과 진언, 막히는 말과 먹히는 말

[김성회의 온고지신 리더십]직언과 진언, 막히는 말과 먹히는 말

등록 2018.10.16 09:53

수정 2018.10.22 13:36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조직에서 직언과 진언은 한끗 차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 실망하고, 상사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원인중 하나는 직언의 수용여부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에 서러워했지만, 오늘날 조직에서 임직원들은 “내 생각을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고 ...”에 서려워한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위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한다.

직언하면 자못 비장하고 무겁다. 진언하면 창의적이고 경쾌하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 차이를 막히는 말과 먹히는 말에서 온다고 본다. 용기가 객기가 되지 않으려면 막히지 않고 먹혀야 한다. 상수는 싸우기보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기를 택한다. 이는 직언에도 적용된다.

진짜 직언을 잘하는 사람은 반대의 말도 달려들기보다 달랜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수용도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신뢰를 구축한 후에 말발은 먹히게 마련이다. 신뢰를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옳은 말이라도 거슬리기 쉽다. 바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로든, 인간적으로든 상사의 신뢰를 얻는 게 먼저다.

<논어>에서 공자의 제자 자하는 “군자는 믿음을 얻은 이후에 백성에게 일을 시킨다. 백성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일을 시키면 학대한다고 여긴다. 군주에겐 신뢰를 얻은 이후에 직언을 한다. 임금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직언을 하면 비방한다고 여긴다”고 말한다.

한비자는 저서 <한비자>에서 말한다. “군주에게 어떤 일을 말할 때 설령 사실을 바르게 헤아렸다고 해도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며 이치상 완전하다고 해도 반드시 채택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은 일정한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단지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군주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요컨대 의견을 올리는 법도가 올바르다고 해서 반드시 들어주는 것은 아니며, 도리 상으로 비록 완전하다고 해서 반드시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논리, 순리를 넘어 결정여부는 군주마음인 경우가 많다. 신하는 군주를 설득시키려다 닥칠 재앙이 두려워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기를 꺼리게 되지만 그런 고충을 대부분의 군주가 이해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차라리 신하의 입장에서 군주의 심중을 헤아리는 게 현실적이란 조언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눈물겨운 사실이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직언을 하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헐뜯는 비열한 자로 취급받거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다. 사람은 ‘말을 따져 사람을 믿는’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말을 믿는’ 감성의 동물이다. 그걸 알기에 현명한 팔로워들은 올바른 말을 하기에 앞서 리더의 신뢰를 먼저 챙기고 다졌다. 나서는 용기와 나대는 객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받아들여지면 용기지만 거부되면 객기다.

한비자의 다음 이야기는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송나라에 큰 부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소낙비가 내려 집의 담장이 무너졌다. 이를 본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당장 담장을 수리하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 같아요.” 같은 날, 이웃집 사람이 찾아와 같은 말을 했다. “담장 좀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을 걸세.”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부자집에 도둑이 들었다. 부자는 누구를 범인으로 추측했을까. 맞다. 이웃이었다. 아들에 대해서는 의심은 커녕 준비성이 있다며 대견하게 생각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을 말했는데도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언어의 온도는 수용자의 각도, 즉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을 생각지 못하고 논점만 바득바득 우겨본들 소용이 없는데도 이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건의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수용여부, 거절여부는 상사의 자유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언론의 자유, 거절의 자유가 있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라. 신뢰는 옳은 말을 하는 것보다 리더를 위한 말이란 공동인식에 달려있다.

성급하게 생각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 조언자, 진언자, 제언자로서 당신은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직언의 당위성을 보여주기에 앞서 쌓아야 할 것은 우리는 한편, 한 배 탄 동지란 아군 인식이다. 일단은 상대의 룰을 가지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끼리끼리의 편당을 짓는 것과 아군의 신뢰인식은 다르다.

먼저 다음의 사항을 점검하고 직언을 하라. 첫째, 전향적으로 생각한다. 당신도 옳지만 당신의 상사도 옳다. 흔히 직언을 하거나 망설이는 사람들의 가장 큰 오류는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로, 상사를 불의의 화신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윤리적 행동과 결과를 원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라.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둘 다 이기는 승승의 협상을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라.

둘째, 팩트를 체크하라. 요즘 팩트폭격이란 말까지 유행하지만 직언에서도 필요하다. 같은 단어를 쓰고 있더라도 그 의미는 전혀 다른 경우로 쓰고 있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둘이 동일하게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에 관해 의견이 일치된다면 문제의 씨앗 제거가 의외로 쉬워지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도덕적 의견의 불일치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일의 방향과 잠재적 위험에 관한 의견의 불일치일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반대부터 하기보다 사전에 조언을 구하라. 믿을 수 있거나 정치적으로 현명한 동료가 여러분 주변에 있는가. 그의 의견을 구하라. 나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에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을 때 가장 좋은 대응책이 떠오른다. 역지사지는 설득을 위한 소통의 기본이다. 하지만 막상 역지사지가 말처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상사와 비슷한 입장,

레벨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언자로는 다음의 사항을 갖춘 사람을 선택하라.
-신뢰하고 비밀을 지켜주고 조직의 생리와 관습 이해하되, 동의하기보다 반론펴는 사람
-조직의 생리와 관습을 이해하는 사람
-리더가 받는 압력과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리더의 위치에 있었거나 지금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

넷째, 조직의 틀안에서 행동하라. 조직이나 리더의 의견에 이의가 있을 경우, 조직의 규칙이나 관례에 따라 의견 불일치를 표현해야 한다. 관례상 먼저 리더와 상의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당신이 조직의 기준에 비추어 합당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단은 조직의 방침, 리더의 지시대로 행하고 나서 점차 변화를 시도하거나 반대를 이야기할 때 당신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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