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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러스증권 세운 손복조, 못 이룬 그의 ‘글로벌 IB’ 꿈

토러스증권 세운 손복조, 못 이룬 그의 ‘글로벌 IB’ 꿈

등록 2018.11.02 18:46

김소윤

  기자

대우증권 사장 취임 3개월 만에 업계 5위→1위 성과 기록대우증권 CEO 경력 삼아 2008년 토러스투자증권 창업 본업인 위탁매매만 충실···보수적 경영방식 고수 지적도 금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1년 만에 은퇴 선택

토러스증권 세운 손복조, 못 이룬 그의 ‘글로벌 IB’ 꿈 기사의 사진

30년 경륜의 ‘증권가 큰 형님‘으로 불리는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이 그가 세운 회사를 10년 만에 매각하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현재 손 회장이 토러스투자증권 새 주인이 되는 디에스네트웍스가 그의 못 다 이룬 꿈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이뤄낼 지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지만, 사실상 그의 꿈은 대우증권에 몸 담았던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1951년생, 1974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손 회장은 1984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LG투자증권과 LG선물을 거쳐 대우증권 사장을 지냈고, 2008년에는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하는 등 30년 넘게 줄곧 증권업계에 몸 담아왔다.

이 중 손 회장의 최고 전성기 시절은 대우증권 사장으로 지냈던 2004년부터 2007년이었다. 즉 그의 출신회사에 사장 자리로 복귀한 것이다. 당시 대우증권은 대우사태로 업계 5위 증권사로 추락했지만, 손 회장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업계 1위 증권사로 다시 도약했다. 당시 매출 1조8615억원,영업이익 386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이후에도 실적행진은 계속 됐다. 기존 1300억원대 순이익을 취임 3년 만에 4000억원까지 끌어올렸고, 영업이익률은 10.78%에서 20.79%로 10%포인트나 증가했다.

그가 단기간에 대우증권을 다시 1위 자리로 되돌린 것은 그만의 돋보이는 추진력 때문이었다. 다른 증권사들이 리테일을 줄이고 자산관리(WM)로 선회할 때 손 회장은 오히려 리테일 전략을 강화하며 성과를 거뒀다. 당시 비용이 많이 드는 리테일 강화에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인 손 회장의 판단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2004년 6월 손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자산관리업 등에 치중하는 유행을 쫓아가서는 증권업계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본업인 리테일(브로커리지) 등 기본기에 충실한 원칙경영으로 과거 증권업계 1등이었던 대우증권의 정상 복귀를 앞당기겠다”며 이른바 ‘근본주의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이끌던 대우증권이 업계 선두 자리에 오르자 그는 다음 목표를 ‘글로벌 기업’으로 잡았다. 당시 대우증권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글로벌 IB’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손 회장은 “삼성전자 포스코 등 제조업은 세계적인 회사가 나왔는데 금융에서는 아직 없다”며 “선진국일수록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손 회장은 대우증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는 “대우증권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증권사다. 1등 회사에서 기획본부장까지 했다”라며 “1990년대부터 국내 다른 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회사들과 경쟁해서 이기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해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루는데 자신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추진력과 승부욕은 한편으론 ‘독불장군’으로 비치기도 했다. 업계가 미래 수익원 발굴에 힘쓰는 동안 대우증권만 전통적인 리테일 브로커리지 영업에 집중하느라 변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의 별명은 직원들 사이에서 ‘혹독한 시어머니’였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직원들은 괴롭겠지만, 글로벌 대우증권의 실현을 위해 뛰는 직원들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손 회장의 대우증권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지만, 안타깝게도 연임에는 실패했다. 이후 그는 2008년 일본의 독보적인 증권사 노무라증권과 같은 글로벌 투자금융사를 목표로 토러스투자증권을 세웠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 창업 한 달만에 터진 금융위기가 악재로 작용하며 자본금의 3분의 1을 날렸고, 이후 자본잠식, 실적 부진을 겪어야만 했다. 결국 손 회장은 2016년 강석호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손 회장은 외부환경 변화가 우호적이진 않았다고 아쉬워했지만, 업계에서는 그의 보수적인 경영방식 때문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선거에 출마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회사를 살리는데 주력하지 않고, 감투에만 욕심내고 있다”라는 비난이 나왔다.

한편 토러스투자증권의 주인은 부동산 개발업체 디에스네트웍스로 바뀐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최대주주인 손복조 회장의 지분(11.32%)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13.56%의 지분을 약 50억원에 디에스네트웍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새 주인이 된 디에스네트웍스는 부동산 개발 전문 업체로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인천 송도, 서울 마곡 지구 등에서 주택 건축·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손 회장의 향후 거취는 확실히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날 손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토러스투자증권이 디에스네트웍스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한 만큼 새롭게 출발하길 바란다”며 “매각이 완료되는 3개월 후에 거취가 정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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