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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절대악인가 필요악인가

[김성회의 온고지신 리더십]아부, 절대악인가 필요악인가

등록 2018.11.20 14:54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모 중견기업의 이야기다. 창업자인 L회장은 평소에 60에는 은퇴를 하겠다고 말하다가 막상 시점이 다가오자 늦췄다. 70대가 되자 정말 은퇴하겠다며 임원진에 후계계획을 마련해오라고 지시했다. A임원은 각 전문가를 모아 승계 플랜을 짰다. 반면에 B임원은 여유를 부려 다른 사람이 신기해했다. 마침내 보고하는 날, 그 놀던 임원은 어떻게 했을까. “피터 드러커는 96세까지 현역으로 일했습니다. 은퇴라니, 승계라니 무슨 천부당 만부당 말씀이십니까?”

이 둘 중 누가 회장의 마음에 들었을까. 짐작한 대로 B였다. A는 밤잠을 설치며 전문가들과 준비했건만 바로 인사발령조치 됐다. 반면에 B는 승승장구했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가끔 오너, 회사 임원들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웃저고리를 받아 거는 것은 기본이고, 설설 기는 물개박수형 아부를 해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슬쩍 “아까 식사자리에서 들은 말씀, 아부인 줄 모르세요?”하고 물어보면 “알지. 그래도 좋아”하고 대답하곤 한다. 아부는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베푸는(?)행위라고 하던가. 아부는 몰라서 당한다기보다, 알면서도 당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 퇴직자는 평생 꼬리를 흔든 것에 대한 허망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30년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지요. 그런데 너보다 젊은 강아지 많아 라며 차버리는 겁니다. 아직도 잘 흔들 자신이 있는데요. 조인트를 까인 거도 아닌 엉덩이를 차인 그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어요.” 생활형 아부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슬프다 못해 아리다.

모 회사 도쿄주재원인 L사장은 호텔 욕실 비누에 손가락 자국을 내 아부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너회장이 방문할 때 호텔비누가 네모나면 미끄러지는 것을 싫어해 적당한 손자국이 난 것을 선호했다는 것. 이를 알고 그는 예약객실에 들어가 미리 비누를 잡기 쉽게 손자국을 내놓았다는 것. 그리고 창문 각도에 따라 보이는 각 건물 기업들의 연혁등을 완벽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회장이 고개각도를 돌릴 때마다 줄줄 좔좔 대답했고, 이것을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아부의 힘, 효용은 막연한 감(感)과 추측 만은 아니다. 뚝배기보다 장맛은 옛날 말이다. 장맛보다 뚝배기가 중요하다. 와서 보고도 자주 하고, 자주 와서 인사하는 직원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 시간에 자기 일이나 한다면서 대받쳐 보고거리 가져오는 뚱한 직원은 괜히 밉고 잘못한 것부터 먼저 찾게 된다. 사람들은 근거없는 비판은 무시하지만 근거없는 아부에는 사족을 못쓴다. 긍정적인 이야기는 의견출처나 근거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생활을 돌이켜 회한에 젖어 하는 말 중 하나가 “내가 조금만 아부를 잘했더라면 오늘날 이 모양으로 살지는 않을 텐데”이다. 다시 시계침을 돌리더라도 차마 못할 것이 아부라고 자위하곤 한다. 어디고 조직자원 총량의 법칙이 있는데 아부를 한다는 것은 새치기,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이라며...아부를 못한 것에 대한 자랑(?)섞인 회한을 보이기도 한다. 혹은 그때 덜 절박했던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은 넘치는 데 반해, 아부 잘한 것에 대한 자랑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은 흥미롭다. 심지어는 아부의 달인이란 평을 받는 이들조차도 스스로의 아부성적 평가에는 인색하다.

직장인들은 아부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모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체로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모취업포털이 회원 12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4명(44%)이 "아부는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전체의 16%에 머물렀다. "아부가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와 "내 상사는 아부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도 각각 53%, 61%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또 응답자의 49%가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아부를 한다"고 답변했다.

아부는 말하자면 상사를 기분 좋게 하는는 중요한 조직 기술이다. 선망대상의 지위에는 그만한 권력이 따라 오게 마련이다. 즉 조직에서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줄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상사든 직원이든 같이 일하면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게 마련이다. 아부는 집단으로 생활하는 동물의 아첨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DNA에 아로새겨진 본성이다. 상사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회사내 사다리를 오르는 일은 훨씬 쉬워진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의 브라이언트 대학의 심리학 교수 로널드 델루가는 군대에 입대한 남녀 124명을 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과 집단 내에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지위에 오른 사람들 사이에 높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다른 연구결과를 보면 타인의 비위를 아주 잘 맞추는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에 비해 업무 능력 평가에서 5% 정도 더 후한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 열 번 시도해 아부에 넘어가지 않는 상사는 드물다. 다만 몇 번에 넘어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국은 넘어가더란 것이다. “당신을 위해 고개를 조아리고, 눈을 내리깔고, 허리를 굽신거리고, 꼬리를 흔들겠습니다.” 4종세트로 접근하면 대책없이 무너지는게 보통사람이다. 아부인지 몰라서도 넘어가고, 알더라도 넘어가고 싶은게 인간심리다. 아부를 하긴 싫지만, 받고는 싶은게 또 우리의 이중적 마음이다. 적절한 아부, 사실 아부를 한다는 것은 상대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다. 아부할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는 진심을 가장할 필요도, 과장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한우씨는 <아부의 즐거움>에서 꼬랑지를 내리는 아부와 꼬리치는 아첨을 구별한다. “꼬랑지를 내린다” 는 사람이나 다른 개와의 권력관계에서 패배를 인정했다는 아부로, “꼬리친다” 는 주인에게 아첨을 하는 동작과 연관을 짓는다. 아부는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것, 즉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비빌 언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아첨은 더 잘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것으로 높일 언덕을 쌓고자 하는 것이다. 아부가 생존본능, 존재방식에 가깝다면, 아첨은 돈이건 신분이건 권력이건 더 많이, 가지려는 더 높이 가려는 상승욕망이자 행동방식이라고 구분한다.

“개의 경우에도 아부와 아첨을 구별해서 행동할 줄 안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듣기 원하는 내용과 분야에 대해서 말하라는 아부와 아첨은 권력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리더가 있는 집단과 조직에서 번성한다. 집단 구성원들은 리더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과 처벌을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교사들의 경우에 ‘귀여워하는 학생’이 있듯이 리더들도 편애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당신은 아부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존중과 존경을 적절하게 표현하는데 누가 싫어하고, 거부할 수 있겠는가. 으르렁대기보다 꼬리를 내리고 흔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조직은 상하, 동료가 관절을 맞춰 움직이고 거기에 필요한 것이 윤활유다. 아부는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아부하면 무조건 경기부터 일으키기보다 품위있는 아부를 해보면 어떨까. 단 나름의 적정한 품위는 지키라. 상대를 어리석게 만들거나 우습게 만드는 아첨은 조심하라. 하지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부는 아끼지 말라. 상사에게만 아부하지 말고 동료, 구성원에게도 같은 수위로 시도해보라. 아부는 절대악 이라기보다 필요악이다. 아부라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며 부르르 떠는 당신, 오늘 당신의 상사에게 자신있게 아부멘트를 날려보라. 당신이 칭찬 고픈 것처럼 상사도 인정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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