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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의 2.3조 영구채가 대우조선 매각 암초?

[팩트체크]수출입은행의 2.3조 영구채가 대우조선 매각 암초?

등록 2019.02.18 08:13

수정 2019.02.18 10:17

차재서

  기자

수은, ‘대우조선 영구채’ 주식전환 검토 “공적자금 회수하고 특혜 시비 막아야” 대우조선 민영화에 제동걸리진 않을 듯리스크 크고 인수자 물색에 시간 필요해일괄 매각 보다는 ‘단계적’ 전략에 무게

수출입은행.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수출입은행.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본계약을 3주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2조3000억원대 영구채 처리 문제다. 특히 수은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감지돼 대우조선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수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매각 완료 시점 전에 모두 처분하기는 어려워 이 같은 주장엔 의구심이 적지 않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수은법에선 타법인 지분 보유에 제약을 두고 있으나 이번엔 대우조선 영구채의 주식전환이 ‘예외 조항’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받아든 것으로 전해져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은 자금난에 빠진 대우조선을 돕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각 1조원과 1조2800억원, 480억원 규모의 영구채(만기 30년 사모 무보증 전환사채)를 매입했다. 기존 채권의 출자 전환이 어려워 대우조선의 영구채로 교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 2016년말 5544%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222%로 크게 떨어졌다.

영구채는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된다. 전환사채이나 워낙 만기가 길고 판단에 따라 30년씩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갚지 않아도 되는 채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합의에 따라 대우조선의 경영권이 ‘조선통합법인’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우조선의 실질적인 주인이 공적기관인 산업은행에서 민간 기업 현대중공업으로 변경됨에 따라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처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문제가 됐다.

◇영구채 회수 서둘러야 할까?=조선통합법인의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산업은행과 달리 수출입은행은 영구채 회수에 신경을 쏟아야하는 입장이다. 공적자금 회수도 중요하거니와 대우조선이 대우조선이 민간 기업으로 돌아가는 만큼 ‘특혜시비’에 의한 불상사를 방지해야 해서다.

국내 여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같은 논란이 일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일본 당국은 한국 정부의 대우조선 공적자금 지원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한다면 막대한 과징금을 물거나 국책은행으로서 더 이상 대우조선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할 수 있어 자금 회수 이슈는 꼭 해소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덧붙여 수은으로서도 대우조선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면 다른 혁신산업에 투자할 여력도 확보하게 돼 여러모로 유익한 부분이 있다.

◇주식전환이 답인가?=투자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수은이 공적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회수하고자 한다면 영구채의 주식전환을 추진해볼만 하다고 분석한다. 대우조선이나 ‘조선통합법인’이 채권을 상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사실상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통합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야하는데다 기존 채권 상환도 만만찮아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고 영구채를 계속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외부의 우려처럼 수은엔 특혜 논란이 현대중공업엔 앞으로 지불해야 할 이자가 문제다. 영구채의 이자는 2021년까지 1%이며 2022년부터는 5년 만기 공모 무보증회사채 기준 수익률에 매년 0.25%를 가산하도록 구성됐다. 본계약 체결에 앞서 수은과 현대중공업이 이 부분을 충분히 논의하겠지만 대우조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현 시점에 영구채 이자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채권을 출자전환한 산업은행의 사례처럼 수은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면 어느 정도 걱정을 덜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현될 경우 수은은 대우조선의 지분 27%를 확보하며 통합법인(49.5%)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대우조선 민영화에 미칠 파장은?=그럼에도 수은의 영구채 주식전환이 대우조선 M&A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식 전환 작업과 인수자 물색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통합법인 설립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수은이 확보할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환 조건인 주당 ‘4만350원’으로 계산하면 수은에게 돌아갈 주식은 ‘약 5780만주’로 추산되는데 이는 하루 거래량이 100만주를 밑도는 시장에선 결코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이다. 게다가 한 번에 내놓는다면 소액주주 보호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방식)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가 등장할 수도 있으나 대우조선이 회복단계에 놓인 지금으로서는 단기간 내 매수자를 찾지 못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이 이 지분을 책임진다면 거래가 훨씬 수월하겠지만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막대한 자금을 들이기로 했고 이미 통합법인의 지배력이 공고해 지분을 늘릴 필요가 없어서다.

이에 외부에서는 수은이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결정하더라도 그 작업을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절한 매수자를 찾을 때마다 요구하는 만큼만 주식으로 전환해 처분하는 전략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점쳐진다. 이렇게 매각을 추진하면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기지 않으면서도 공적자금 회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갑자기 영구채 주식전환 이슈가 부상한 것은 수은과 현대중공업이 이자 문제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다 확정된 사안도 아니라 당장 대우조선 매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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