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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쇄신안 걷어 찬 KCGI 속내

한진그룹 쇄신안 걷어 찬 KCGI 속내

등록 2019.02.19 15:30

이세정

  기자

경영진 교체 등 필요이상 간섭재계 “경영감시 넘어섰다” 우려단기수익 중시하는 펀드 특성 탓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그룹 경영쇄신안에 대해 ‘급조한 임기응변’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외형확장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자신들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KCGI의 이 같은 반응에 곱지않은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경영 감시차원을 넘어선 필요이상의 간섭이라는 것. 심지어 한켠에서는 경영권 장악을 위한 야심을 드러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KCGI는 지난 18일 “한진그룹 발표안은 KCGI가 제시한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며 “기존 경영진의 연임과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급조된 임기응변이자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신용상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본질을 외면한 채 단기차입금 증가와 자산재평가로 상법상 감사제도를 무력화하고, 의미없는 배당성향 증대와 부채비율 급등을 야기할 수 있는 방안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우선 한진그룹이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로 외형성장에만 집중할 뿐, 부채비율 축소와 신용등급 회복 방안 등의 내실경영 전략은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KCGI는 “수년간 방치된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그룹 전체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LA월셔그랜드호텔과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등 적자사업에 대한 투자 적합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호텔의 장부가가 각각 1조6000억원, 76억원에 달한다며 매각을 재차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CGI가 제안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임원추천위원회 도입 ▲범죄행위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 ▲이사 및 감사의 책임감경 정관 조항 삭제 ▲기업지배구조 현장 도입 등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재계에서는 KCGI의 이 같은 요구가 경영권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KCGI의 약자는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한다. 동시에 사모펀드인 만큼 수익도 올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배경에는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향상이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같은 해 12월에는 지분 1.81%를 추가로 사들였다. 당시 시장에서 공격적인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확산됐다. KCGI는 경영권 장악 의도가 없고,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감시와 견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펀드의 목적은 자본투자를 통한 수익 달성이 절대적인데, KCGI가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점은 필요 이상의 간섭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기업가치훼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오는 2023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22조원에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KCGI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비행기의 추가 도입이나 막대한 신규투자가 수반되고, 이에 따라 차입금도 늘어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KCGI 측은 “신규 투자와 동시에 부채비율을 300% 이내로 낮춘다는 것은 주주들에게 공부도 1등, 놀기도 1등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장기 비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은 사실상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춰 주가를 올리는 등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CGI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 보유 시점이 6개월이 안돼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논란이 일자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경영진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법 제542조의 6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계속해서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자가 주주제안과 같은 소수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KCGI는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인수한지 5개월여 후인 지난 1월 31일 KCGI는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현행 법에 따라 KCGI는 소수주주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상황에서 주주제안을 한 것이 된다.

하지만 KCGI는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소수주주권 요건은 필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 제363조2에 따라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지분을 가진 주주는 주총 6주 전이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이 ‘6개월 룰’을 이유로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거부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진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는 만큼, 이들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의도가 커 보인다”면서 “공격적인 경영진 교체 움직임은 자칫 지난친 개입으로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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