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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게 죄”···괴리율·콘탱고·롤오버가 뭐니?

“몰랐던 게 죄”···괴리율·콘탱고·롤오버가 뭐니?

등록 2020.04.24 14:37

수정 2020.04.24 14:41

고병훈

  기자

‘차라리 삼성전자 투자할걸’ 원유 투자 개미 피눈물금감원·거래소 “원유ETN 투자자 손실 우려” 경고증권가도 “원유 투자 주의···코로나19 진정 필수”

“몰랐던 게 죄”···괴리율·콘탱고·롤오버가 뭐니? 기사의 사진

#이달 초 유가 연계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A씨는 지난 21일 아침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을 보고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전산 오류인 줄 알고 재차 확인을 해봤지만 역시나 ‘-37.63달러’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 거래일과 비교하면 무려 305.96% 폭락. 이 낙폭 역시도 믿기 힘든 수치였다. 국제유가가 이미 바닥이라고 봤던 A씨는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면서 “차라리 삼성전자자 주식을 매수하는 게 나을 뻔 했다”고 낙담했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재미를 본 뒤, 선물 투자에 처음 뛰어들었다는 B씨는 “주식과 달리 선물 투자는 ‘도박’이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과감히 원유 ETN에 투자했다”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가 급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B씨는 괴리율, 콘탱고, 롤오버 등과 같은 용어들도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됐다고 밝혔다.

◇‘괴리율’ 대체 뭐길래?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은 WTI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 두 번째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등급은 가장 높은 수준인 ‘위험’이다.

금감원은 “WTI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WTI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으며, 이에 따라 WTI원유 선물 연계상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괴리율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원유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저점 매수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과열이 괴리율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괴리율’이란 실시간 지표 가치와 실제 시장 가격 간 차이를 뜻한다. 괴리율이 플러스(+)라는 것은 시장 가격이 상장지수 증권의 실제 지표 가치보다 고평가됐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마이너스(-)일 경우에는 지표 가치보다 시장 가격이 저평가된 상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괴리율이 30%라는 것은 투자자가 실제 기초자산의 가치보다 30% 높은 가격에 상품을 샀다는 셈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에도 WTI원유 선물 연계 ETN 상품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1차 소비자경보를 발령할 당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괴리율은 35.6~95.4%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WTI원유 선물 연계상품의 괴리율은 레버리지 ETN의 경우 최대 1000% 넘게 치솟고 있다. 이는 해당 상품의 적정가보다 10배 넘게 고평가됐다는 의미로 앞으로 국제유가가 1000%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거래소도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WTI 관련 ETN 안정화 대책에도 관련 종목의 괴리율이 계속 확대되자 일부 ETN의 매매거래를 이틀간 정지하는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초자산이 50% 이상 하락 시 지표 가치가 ‘0원’이 돼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으니 투자자들께서는 투자에 각별히 유념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거래소는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초과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매매거래 중단조치를 내리고 있다. 또 괴리율이 30%를 초과한 가운데 유동성공급자(LP)의 보유 비중이 20% 미만이거나 그 외 인적·물적 제약 등으로 LP의 호가 제출이 원활하지 않은 종목들에 한해 단일가 매매를 시행하고 있다.

거래소는 매매거래 재개 당일에도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거래정지를 연장할 방침이다.

◇마이너스 유가 부른 ‘콘탱고·롤오버’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가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자 ‘콘탱고(Contango)’와 ‘롤오버(Roll-Over)’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유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선물 만기 이벤트에 따른 이른바 ‘콘탱고’ 현상을 지목했다. 콘탱고란 주식시장에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원유 등 상품에 대한 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5월 인도분 WTI의 경우 만기일이 4월 21일이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휘발유 및 항공유 수요가 급락했고, 이 와중에 원유 생산은 계속 이뤄지면서 WTI가 생산되는 서부 내륙지역의 원유 저장창고가 사실상 포화 상태가 됐다.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원유를 가져갈 수 없다보니 5월물 WTI 만기일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선물 만기에 따른 특수상황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한 폭락과 급반등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원유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원유선물시장의 콘탱고 심화에 따른 롤오버 비용 외에도 국제유가의 상승 탄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제활동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원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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