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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라임·獨 헤리티지·濠 부동산 다 피했는데···옵티머스 ‘덫’에 걸린 NH증권 왜?

DLF·라임·獨 헤리티지·濠 부동산 다 피했는데···옵티머스 ‘덫’에 걸린 NH증권 왜?

등록 2020.07.06 15:48

수정 2020.07.07 09:39

천진영

  기자

‘펀드 우등생’ NH證, 최대 판매사로 위상 추락 ‘속았다’ 해명했지만, 채권 독점확보 의심 간과정관계 빅맨 연루 의혹,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5000억원대 펀드 사기 사건인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중심에 섰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희대의 금융사기’ 라임자산운용 사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호주 부동산 펀드 사기 등 각종 금융사고를 피해갔지만, 이번 옵티머스 펀드 건은 최대 판매처로 오명을 뒤집어 썼다. 명실상부한 ‘펀드 우등생’의 위상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안정적인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 비상장 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것이 드러나면서 환매 중단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NH투자증권이 펀드 판매사로서의 책임은 약속했지만 ‘운용사에 속았다’는 식의 해명은 아직 논란거리다. 대표이사 교체 수순을 밟긴 했으나, 과거 비리 이력이 있던 운용사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한 것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믿고 사실상 방관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은 5172억원이다. 이중 NH투자증권이 4528억원(약 88%)으로 가장 많은 펀드를 판매했으며, 한국투자증권 407억원, 케이프투자증권 149억원, 대신증권 45억원, 하이투자증권 25억원 등의 순이다.

NH투자증권이 공격적으로 옵티머스 펀드 판매에 나선 시점은 라임 사태 이후 업계가 몸을 사린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해 6월부터 옵티머스 펀드를 팔기 시작한 NH투자증권은 하반기에만 옵티머스 펀드 판매잔고를 2489억원 늘렸다. 당해 6월 말 기준 옵티머스 펀드 판매잔고는 893억원, 9월 2533억원, 12월 3383억원, 올해 3월 4407억원으로 집계됐다.

라임 사태 등으로 판매할 만한 사모펀드가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편입해서 안정성이 높다고 소개된 옵티머스 펀드에 고객 수요가 몰렸으며, 이에 따라 판매를 늘렸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회사 차원의 판매 독려 의혹에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정가치’를 표방하며 영업직원 평가 기준에서 수익기여도를 제외해 당장의 수익보다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중요시 한다는 게 이유다.

업계 안팎에서는 ‘펀드 우등생’으로 꼽히는 NH투자증권이 이번 사태의 최대 판매사로 얽혀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서 선정한 최우수 펀드 판매회사로 수차례 이름을 올렸으며, 업계 최초 영업 직원의 실적 중심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하는 등 불완전판매 유발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펀드 문제를 두고 업계와 NH투자증권 간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공공기관 매출채권 유동화 상품을 특정 운용사가 연간 수천억원씩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판매 전 2년간 타 증권사들이 약 1조원 규모를 설정, 환매했음에도 상환 지연이나 디폴트 등이 한 건도 없었던 트랙 레코드(운용실적)를 중시했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NH투자증권 직원들이 해당 운용사를 신뢰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작년 11~12월 NH투자증권의 영업본부를 찾아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사내방송까지 출연해 펀드 구조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측은 “신규 상품이 출시되면 의례히 진행하는 설명회였고, 사내방송 역시 주 3회씩 판매 상품을 소개하는 일상적인 코너였을 뿐 별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더욱이 옵티머스 사태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연루설까지 불거지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양호 전 나라뱅크 은행장 등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이 설립한지 10년도 안된 사모운용사의 자문단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주요 판매사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H법무법인 대표이자 옵티머스 이사인 윤모 변호사와 그의 아내 이모 변호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법률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사임했다. 앞서 옵티머스는 H법무법인이 채권을 위조해 펀드 사기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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