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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출범부터 폐업 위기까지···눈물의 13년

이스타항공, 출범부터 폐업 위기까지···눈물의 13년

등록 2020.07.23 13:10

이세정

  기자

2007년 전북 군산공항 거점으로 설립주인 두차례 바뀌었지만 창업주 이상직 영향력 아래수익확보 실패, 수년간 적자 누적으로 재무구조 악화대주주 지원 전무···2019년 하반기부터 경영난 가중제주항공 M&A 7개월 만에 무산···플랜B 마땅치 않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2007년 탄생한 이스타항공은 모기업의 지원 없이 13년을 버텨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충성고객 부족과 LCC시장 포화 등으로 자생력이 약화됐고, 재무구조는 열악해 졌다.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경쟁사로의 매각을 결정하며 위기 돌파를 노렸다. 하지만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잠시, 결국 제주항공의 ‘노딜’ 선언으로 이스타항공은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자본금 203억원으로 설립됐다. 당시 새만금관광개발(85%), 군산시(5%), 전북은행(10%)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새만금관광개발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의원이 회장을 지낸 KIC그룹 계열사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을 출범시키며 ‘국민항공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항공 낙후지역인 전북을 발전시키기 위해 군산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잡았다.

이스타항공은 2008년 8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취득했고, 이듬해 1월 국내항공운송사업 AOC(운항증명)을 확보해 김포~제주 국내선으로 첫 운항을 시작했다. 같은해 12월에는 국제 AOC를 얻어 말레이시아 노선에 항공기를 띄웠다.

누적탑승객 500만명 돌파까지는 취항 후 3년 2개월이 걸렸다. LCC 톱2인 제주항공은 4년3개월, 진에어는 4년이 걸렸다. 특히 여객수가 적은 군산공항을 베이스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스타항공은 2013년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2014년 2월에는 누적탑승객이 1000만명을 넘었고, 군산공항을 넘어 청주공항으로까지 발을 넓혔다. 2015년에는 공항여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 이스타포트가 개소했다.

이 기간 이스타항공의 주인은 두차례 바뀌었다.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을 맡던 이 의원이 19대 국회의원(2012~2016년)으로 당선되면서 형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2015년에는 최대주주가 새만금관광개발에서 이스타홀딩스로 변경됐다. 이 의원 자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됐고, 이후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인수했다. 표면적으로는 주인이 두 차례 바뀌었지만, 실소유주인 이 의원의 영향력은 유지됐다.

이후 이 의원은 다시 복귀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그룹 회장을 다시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19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일자리창출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 수상과 ‘남북평화 협력 기원 평양공연 특별전세기 운항’, ‘대한민국 100대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대외적 입지를 넓혀갔다.

하지만 수익성을 다지는 데는 실패했다. 창립 이후 수년간 지속된 적자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결손금이 쌓였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따금 소폭의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누적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재무환경이 악화되고 있었지만, 모기업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은 단 한차례도 받지 못했다.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하반기 일본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객수가 감소했고, 국적사 최초로 도입한 보잉의 737 맥스8 기종의 잇딴 추락 사고로 운항이 정지됐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에 손을 내민 것은 이 시기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 경영권 주고받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 제주항공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촉박한 시간 탓에 3월이 돼서야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항공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했고, 이스타항공은 국내선까지 셧다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주항공은 4월28일 이스타항공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었지만, 해외 기업결합심사 미충족 등을 이유로 최종 딜 클로징(거래종결) 시한을 무기한 연기했다. 경영환경 정상화를 위해 투입하기로 한 전환사채(CB) 납입일도 6월말로 미뤘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설이 불거진 것도 이 때부터다. 제주항공 이사회가 5월 열린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온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건을 보류하면서, 인수 의지가 약화됐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이 가중됐다. 직원 임금을 주지 못한 것은 물론,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LCC들에 지급한 긴급 자금은 M&A를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이 의원은 6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항공의 인수 완료를 촉구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꼼수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홀딩스에 10영업일(7월15일)까지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현금이 바닥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조건을 해결할 수 없었고, 제주항공은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조건을 미이행했다며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곧바로 딜 파기를 선언하진 않았다. 시장 혼란과 정부 압박을 의식한 탓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이 의원을 만나 M&A 성사를 당부했고, 고용노동부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 반납 계획을 제주항공에 전달했다.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권한이 발생한 날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23일 최종적인 M&A 무산을 선언했다.

국토부는 이날 이스타항공이 매각 무산에 따른 플랜B를 제시할 경우, 관계 부처와 협의해 돕겠다고 밝혔다. 파산으로 대량 실직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정부의 운영자금 지원이다. 하지만 국민 혈세로 부실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스타항공이 내놓을 수 있는 대안도 많지 않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더라도 경영환경이나 재무구조가 정상화된다고 보장할 수 없고, 자체적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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