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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뚫고 훨훨 난 증권사···내부선 “올해보다 내년이 걱정”

코로나 뚫고 훨훨 난 증권사···내부선 “올해보다 내년이 걱정”

등록 2020.08.07 15:00

고병훈

  기자

국내 증권사 2분기 실적 잇단 ‘어닝 서프라이즈’동학개미 열풍에 수수료 수익 증가···IB 부진 지속‘2분기 고점론’ 솔솔···“코로나 충격은 내년부터”

코로나 뚫고 훨훨 난 증권사···내부선 “올해보다 내년이 걱정” 기사의 사진

국내 증권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충격에도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으로 브로커리지를 포함한 리테일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권가 내부에서는 2분기 호실적을 뒤로 하고, 벌써부터 내년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진짜 위기는 내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IB와 관련한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는데, 이때의 부진이 내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진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현재 동학개미 열풍도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해외부동산 투자 등 전통 IB 부문의 신규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해외부동산 투자를 늘려왔던 증권사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이 현지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셀다운(재매각)에 제동이 걸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8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2824억원)를 37% 웃돈 것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국내외 채권·파생상품 등 운용 수익이 증가하고 국내 주식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부문별 수익이 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운용 수익은 319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무려 479.2% 증가했다. 전 세계 증시가 정상화되면서 주요 주가가 상승한 결과 사상 최대 운용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IB 수수료 수익은 70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4%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사업이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또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7조원대에 달하는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 계약 취소를 둘러싸고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 중인 점도 향후 불안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9월 안방과 호텔 인수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약 7000억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안방 측은 미래에셋이 나머지 약 58억달러(7조1108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미래에셋 측은 안방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의 브로커리지는 향후에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나, 트레이딩 부문은 2분기 정도의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면서 “미국 호텔 투자 관련 소송 1심이나 해외 투자자산 평가손실 가능성 등 불확실성 요인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를 입은 키움증권도 지난 4일 공시된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0.88% 증가한 314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788억원으로 195.43% 늘었고, 순이익은 316.96% 급증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의 원인으로는 거래대금 급증과 자기자본투자 부문 흑자전환이 꼽힌다. 키움증권의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이익은 176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25.5% 증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작년 9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엔 15조원, 2분기엔 21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식거래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의 강점이 크게 부각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난 4분기부터 3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유지하던 IB부문이 대체투자와 PE 부문의 신규사업 감소로 전 분기 대비 25.1% 감소했다”면서 “현재 증권업계가 이익 증가를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리테일 관련 수익인 상황에서 자칫 ‘동학개미 열풍’이 사그라든다면 제일 먼저 타격을 입게 되는 곳도 키움증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 등 연이은 사모펀드 관련 사건·사고도 향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사기성 상품인 것으로 드러난 옵티머스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4% 급등한 29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9765억원으로 같은 기간 46.5%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3% 늘었다. 이는 컨센서스를 44%나 상회한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외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운용사업 실적 개선과 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특히 투자자 지원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옵티머스펀드 가입 고객에 대한 선지급안을 보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이 운용한 46개 펀드 5151억원이 환매 중단됐거나 환매가 어려운 상태다. 이중 NH투자증권의 판매액은 4327억원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경우 실적은 나무랄 데 없지만 옵티머스자산과 관련해 선지급 여부나 수준, 원자산의 회수율 등이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의 선보상 또는 선지급 대책을 내놓은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도 배상 부담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에서 원금의 70%를 선보상하는 계획을 내놨으나 최근 연달아 터진 팝 펀딩, 디스커버리 펀드, 젠투파트너스 펀드 등 최근 문제가 발생한 사모펀드 판매에 모두 관여돼 있다.

2분기를 고점으로 당장 3분기부터 증권사들 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증시 급등과 시장금리 급락이 두드러졌다”면서 “하지만 향후 4월과 같은 증시 급등이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상하지는 않기 때문에 3분기 운용손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과거와 같은 부동산PF의 고성장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며 “부동산PF 규제가 나오며 신규 PF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했고, 코로나19로 해외 실사가 중단되자 국내 PF 시장 경쟁은 더욱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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