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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민주당과 기싸움 7전7패의 기록···“소신” vs “생떼”

[NW리포트]홍남기, 민주당과 기싸움 7전7패의 기록···“소신” vs “생떼”

등록 2020.11.04 15:38

주혜린

  기자

추경·재난지원금 등 여권과 빈번히 마찰`대주주 3억 기준`도 뒤집히자 돌연 사표재신임에도 여당 불쾌 “생떼부리듯 처신”“패싱에 반기···리더십 차원 필요할 수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기세 싸움에서 밀렸다. 그럴 때 마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가 반려하는 일이 반복됐다. 홍 부총리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기재부가 설계한 정책들이 매번 여당에 의해 거부당하고, 결국 여당의 안 대로 채택이 되는 과정에 좌절감을 느꼈을 만 하다. 하지만 매번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통령에게 사표를 던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홍 부총리가 너무 정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세 강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저는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단 현행 (대주주 기준)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최근 2개월 간 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민주당은 개인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해 이를 2년 유예하자고 주장해왔고, 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의 의견이 관철됐다.

홍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한 직접적인 원인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지만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란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정책 현안마다 당·청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굵직한 이슈에서 소신을 관철하지 못했다. 재산세 감면과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 등 세제 이슈에서도 여당의 주장에 굴복해야만 했다.

1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홍 부총리의 해임까지 거론하며 추경을 압박했다. 또 지난 4월 전(全)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협의 당시 ‘70% 지급안’을 고수했지만 민주당 주장대로 ‘전 국민 지급’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민주당 주장대로 ‘전 국민 지급’으로 결론이 나자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차 재난지원금과 4차 추경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지만 결국 추경 편성에 동의했다. 또 2018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언급했지만 다음해 3월 카드 소득공제 일몰이 3년 연장됐다. 증권거래세 인하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0.05%포인트 인하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9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열흘만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상설 부동산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찬성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추진한 재정준칙도 여야 반발로 후속절차인 입법예고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청와대와의 갈등설 끝에 물러난 김동연 전 부총리의 후임으로 2018년 11월 발탁됐다. 이전 1기 경제팀의 김동연 부총리 시절에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간 갈등하는 모습이 빈번히 연출됐다. 김 전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방법론은 물론,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서도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당시 청와대가 홍 부총리를 낙점한 주요 배경으로 ‘부처 간 업무 조율 능력’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취임 후 청와대, 여당과의 정책 공조를 강조하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김 전 부총리와 다를 바 없는 셈이 됐다. 당정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홍 부총리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며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홍 부총리를 둘러싼 거취 논란이 제기되자 당시 경제·금융 특별점검회의 석상에서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며 거취 논란을 잠재우고 신뢰를 확인했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반려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발언 직후 “홍 부총리가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소신 있는 행동”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행보”라는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을 두고 여권에서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나와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방식을 두고서 비판이 나온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기재위에서 “이 엄중한 시기에 사표를 낸다는 건 부적절하다. 정치적 행동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견을 조율하라고 당정 협의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협의 과정에서 조율이 됐으면 받아들이고 정책 당국으로서 집행하면 되는 것이지, 이것을 가지고 생떼 부리듯 처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이 바람직하진 않았지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의원은 “좋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본인 리더십 차원에서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이해되는 면이 있고,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으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자신의 경제철학과 정책이 정치권에도 관철될 수 있도록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더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엔 여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물러서는 모습이 계속되자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란 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 밀려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기재부 직원들의 무력감도 커지고 있다.

한편 홍 부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서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제가 진심을 담아서 (전날) 사의 표명을 한 것인데 (야당이) 정치쇼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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