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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 이스타항공 인수 저울질···항공업계 인수 0순위 거론

중흥건설, 이스타항공 인수 저울질···항공업계 인수 0순위 거론

등록 2020.12.29 10:07

이세정

  기자

제주항공 M&A 무산 5개월, 재매각 협상 막바지체불임금·항공기 리스료 등 미지급금 규모 2400억운항재개 위한 AOC 발급에도 500억 가량 필요 관측재계 순위 46위 중흥건설, M&A로 20위권 진입 노려지역발전 애착 남달라···‘현금부자’로 인수 여력 충분호반건설도 잠재 후보자로, 금호리조트 참여로 후순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생사기로에 놓인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호남지역 중견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중흥건설이 유력 인수주체로 부상했다. 재계 순위 46위권의 중흥건설그룹이 3년내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은 만큼, 신사업 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이스타항공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경쟁 LCC인 제주항공으로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지 약 5개월여 만이다.

2007년 전북 군산공항을 모기지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제주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밟아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막대한 채무 규모,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편법증여 논란 등이 변수로 등장하면서 올해 7월 매각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국내 한 중견기업과 막바지 조율 중이지만, 인수 주체는 베일에 쌓여있다. 매각 주관사를 거쳐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닌, 이스타항공과 직접 인수 협상에 나서면서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 업체는 체불임금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항공업황 회복 시점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때문에 막판 협상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직원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700억원과 항공기 리스료 등 1700억원의 미지급금이 쌓여있다. 운항재개를 위해서는 약 500억원 가량을 들여 운항증명(AOC)을 재취득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중흥건설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비밀리에 진행된 협상인 만큼, 인수 주체와 관련된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도 “중흥건설과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1986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89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뒤 호남 지방을 대표하는 중견 건설사로 자리잡았다. 주택 자체개발사업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온 중흥건설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자산총액 8조4200억원으로 46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이 올 초 “3년 안에 4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M&A로 재계 20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점으로 미뤄보면 인수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정 회장은 또 “광주 지역 경제와 협력업체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지역 발전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시장에서 말하는 소위 ‘현금부자’다. 지난해 기준 핵심 계열사인 증흥건설과 증흥토건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300억원 수준이고, 유동자산도 3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를 총동원하면 조단위의 현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 실탄은 넉넉한 셈이다.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든 만큼, 사업 다각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찌감치 사세 확장에 나선 경쟁 중견 건설사들로부터 자극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호남지역 맹주자리를 놓고 다퉈온 호반건설(호반그룹)은 공격적인 M&A로 레저와 유통, 벤처투자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흥건설 입장에서는 호남 지역 민심을 얻으면서, 건설업과 전혀 다른 방향의 신사업을 진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항공업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외부 리스크를 배제하면 미래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흥건설은 이스타항공 인수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M&A 특성상 인수 추진을 부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의견이다. 더욱이 주관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번 인수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호반건설 역시 이스타항공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호반건설은 신사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이유로 이스타항공 1차 매각 실패 이후 줄곧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항공사보다는 레저사업에 더욱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반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진행 중인 금호리조트 매각에 참여해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상태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금호리조트 매각가는 3000억원대 수준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비용과 맞먹는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000억원을 밑돈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 등은 1조2000억원 규모다. 여력은 충분하지만, 복수의 M&A를 동시에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매각마저 실패하면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스타항공은 인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10월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고, 기재 반납 등으로 외형을 축소하고 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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