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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베터리 전쟁에 화난 정세균 총리 “부끄럽다 해결해라”

LG-SK 베터리 전쟁에 화난 정세균 총리 “부끄럽다 해결해라”

등록 2021.01.28 15:33

수정 2021.01.28 18:06

김정훈

  기자

정 총리 “ITC 소송 부끄러운 일···빨리 해결해야” 강력 경고“자사 이기주의 앞세워 폐자되는 길” 사실상 양사합의 조정

LG-SK 베터리 전쟁에 화난 정세균 총리 “부끄럽다 해결해라” 기사의 사진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벌어지고 있는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 단단히 화가 났다. 그동안 민간기업 간 소송이라는 점에서 자율적 해결을 기대했으나 갈수록 자사 이기주의만 앞세우면서 모두가 패자가 되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부끄럽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ITC 소송에 대해 강하게 양측을 압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총리는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 소송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인 LG와 SK가 미국에서 3년째 소송중이고 소송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면서 “경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소송이 계속되면 남 좋은 일만 생긴다”고 일갈했다.

정 총리는 “미국 정치권까지도 나서서 제발 좀 해결하라고 하는데, 부끄럽지 않냐”면서 “제가 양사 최고책임자와 연락하고 만나도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양사가 한 발씩 물러서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면 'K배터리' 미래가 크게 열릴 것"이라면서 "자기들끼리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년째 ITC 소송 기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양사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을 놓고 관련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10일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 총리가 ‘원만한 해결’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대승적 합의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봤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ITC 최종 판결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후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ITC 소송과 별도로 미 법원에서 진행중인 특허소송도 기다리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법적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앞으로도 수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美 하원마저 합의 촉구...양국 모두에 중대한 사안 = 우리 정부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미 하원의원이다. 지난해 말 ITC가 판결을 세 번씩이나 연기하면서 사건이 길어지자 조지아주, 테네시주 하원의원들이 먼저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하원의원들은 소송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3조원 이상 들여 미 조지아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일자리 창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한국기업 간 소송이라도 자국 이익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기꺼이 중재에 나섰다.

이번에 정 총리가 원만한 해결을 언급한 이유도 한국을 먹여살릴 'K배터리'의 미래를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K배터리를 선도하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주가 상승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기나긴 소송으로 전열이 흐트러진 사이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은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글로벌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한국 기업들의 텃밭인 유럽 시장에서는 유럽연합(EU)이 나서서 아시아 기업 의존도를 낮추자며 유럽내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 바이든 정부도 친환경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자국 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확실한 사면초가 형국이다.

이처럼 전세계가 자국의 이익이나 자국의 기업을 우선시하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K배터리는 ITC 소송에 발목이 잡혀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정 총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2년 가까운 LG-SK 배터리 소송...뫼비우스 띠처럼 제자리 걸음 = 쉽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배터리 소송은 2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 ITC에서 벌이고 있는 핵심 소송 3건 중 가장 주된 소송건인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얻어내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해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닌, 증거로 활용되어야 할 ‘문서’들이 삭제된 것에 대한 ‘파울’성 판결을 내린 것이어서 승리를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욱이 ITC는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4월 판결을 다시 재검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동안 조용하던 양사는 최근 다시 격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발표해 특허소송 2건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PTAB(특허심판원)에 제기한 특허무효소송은 각하됐고,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소송은 PTAB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전문가 집단을 인용해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략이 큰 차질을 겪게 됐다고 해석까지 달았다.

하지만 단 하루만에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PTAB의 의견서를 공개하며 각하 결정이 이뤄진 배경은 특허무효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 아닌 ITC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사안은 PTAB이 ‘중복조사’를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사유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PTAB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의견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가 무효라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으며, 합리적인 주장을 제기해 특허무효 주장에 강한 신빙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양사가 오랜 공방을 벌였지만 누구 손을 확실히 들어줄 수 없는 인진일퇴만 반복하고 있다.

◇ITC 최종 결정 3번 연기···양사 소송 비용만 수천억 =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 5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기로 했으나 지난해 10월 26일로 한차례 연기했고, 이어 지난해 11월 10일로 재차 연기한 뒤 다음달 10일로 세 차례나 연기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연기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연기되지 않고 판결이 나는 경우도 많아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다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정권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넘어가며 친환경 정책이 힘을 받고, 행정부 산하 기관인 ITC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불확실성만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 기간동안 두 회사가 쏟아부은 소송비만 45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수천억원의 소송비를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쓸 수 있었다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양사가 받는 실질적 손해는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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