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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SK, ‘배터리’ 승부수 던졌다

최태원의 SK, ‘배터리’ 승부수 던졌다

등록 2021.02.01 14:43

임정혁

  기자

핵심 소재 ‘투자’ 다음날 SK이노 ‘유럽 공장’ 건설조 단위 투자 쾌속질주···최 회장-김 사장 ‘호흡 착착’현대차 물량 확보설 ‘모락모락’···포스코 협업도 ‘관심’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을 이뤄 전기차 배터리에 승부수를 던졌다.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인 투자로 공장을 차곡차곡 증설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는 투자형 지주회사 SK㈜를 중심으로 소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그룹의 행보가 가파르다. 이날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은 인수합병(M&A)에 일가견이 있는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김준 사장이 동시에 움직이는 형태가 돋보인다”며 “조 단위의 투자를 서슴없이 하는 최 회장과 세세하게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김준 사장의 호흡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여느 그룹사와 마찬가지로 억 단위를 넘어 조 단위의 대형 투자가 있으려면 총수의 결단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SK이노베이션의 행보는 총수와 CEO(최고경영인)가 이미 몇 단계의 앞선 사전 교감과 향후 계획을 가지고 사업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최태원 회장은 1년 만에 다시 포스코 포항 사업장을 찾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만났다. 앞서 최 회장이 2019년 12월 포스코센터를 방문해 SK그룹이 그간 추진해 온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포스코 임직원에 강연을 한 바 있어 ‘단순 만남’으로 볼 수 있지만 이면엔 ‘협업’이 숨어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이 최정우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만남은 지난달 26일 SKC가 6500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에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후여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공장은 SKC의 첫 해외 동박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현재 SK이노베이션 또한 포스코케미칼의 양·음극재를 자사 배터리 제조에 사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로 향후 리스크에 대비해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배터리뿐 아니라 배터리팩 사업을 두고도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는 최근 친환경차 제품 브랜드(e오토포스)를 내놓으며 고객사와 배터리팩 전용강재 등 전기차용 제품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SK㈜는 차세대 핵심 부품·소재인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분야의 국내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해 지분 33.6%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포항에 100mm·150mm 혼합 생산 기준 전기차 약 14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연산 최대 1만4400장 규모 SiC 전력반도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친환경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SK이노베이션이 약 1조 2700억원을 들여 헝가리 이반차에 유럽 제3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규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현지 법인인 SKBH(SK Battery Hungary)에 출자하는 형태로 생산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여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투자는 사실상 유럽 고객사 확보에 더욱 고삐를 당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유럽 1~2 공장도 헝가리 코마롬시에 운영하고 있다. 1공장은 2019년 말 완공해 가동 중이며 2공장도 올해 1분기 양산 가동을 목표로 증설 작업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이번 투자는 SK이노베이션이 유럽에 건설하는 배터리 공장 중 최대 규모로 축구장 98개에 달하는 약 70만㎡(약 21만평) 부지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3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오는 3월 헝가리 제3공장 착공을 토대로 2025년에는 5조원대 중반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수주잔고는 550GWh으로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70조원대”라며 “완성차 업체와 협의하고 있는 수주 건을 반영하지는 않았고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차가 자사 3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7’에 탑재될 배터리로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복수의 고객사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배터리 사업 성장세는 예고된 수순으로 ‘장밋빛’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그 이면에는 최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만남이 있다. 지난해 7월 최 회장과 정 회장은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회동하고 두 달 뒤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의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LG와 배터리 소송전 관련해서도 사안이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일정 부분 손익 계산에 반영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 법률 비용을 전부 손익에 반영 중”이라며 “배터리 사업 영업 손실이 사업활동 대비 과도해 보일 수 있지만 소송 이슈가 해소되면 영업이익의 큰 폭 개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배터리 사업은 매출 49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매출액 2250억원 대비 2.2배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배터리 사업 매출도 1조6102억원으로 전년 6903억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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