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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분쟁 3년도 안돼 ‘용두사미’ 3가지 이유

한진칼 분쟁 3년도 안돼 ‘용두사미’ 3가지 이유

등록 2021.02.11 09:27

이세정

  기자

3자연합, 올해 주주제안 최소화···사실상 종식2018년 11월 견제·감시 목적 ‘경영 개입’ 선언두차례 주총서 모두 패···사모펀드 태생적 한계분쟁 명분 불명확, ‘이이제이’ 동맹 전략 자충수낮은 항공업 특수성 이해도, 시장 동의 못 얻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된 분위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은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협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굳혔다. ‘전문경영인’을 추천해 조원태 회장을 공격하기 보단, 소수의 사외이사 후보와 정관 일부 변경을 요구하는 소극적 주주제안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3자연합이 ‘더이상 명분 싸움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KCGI는 사모펀드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지 못했고, 불분명한 명분으로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항공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경영개선책도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토종 행동주의펀드 KCGI, 시작은 강렬했지만···=KCGI는 2018년 7월 LIG계열 LK투자파트너스를 이끌던 강성부 KCGI 대표가 출범한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전문 사모펀드다.

2018년 11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9% 보유 공시를 낸 KCGI는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혔다. KCGI는 2019년 1월에는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 신뢰회복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제안하면서 경영개입도 공식화했다. 하지만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이 넘지 않아 주총 주주제안은 불발됐다.

첫 번째 대결에서 거둔 성과가 없는 KCGI는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다음 주총을 준비했다.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며 세력을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에도 승기를 거머쥐지 못했다. 3자연합이 제안한 총 7명의 이사 후보와 10건의 정관변경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패색이 짙어진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결정되면서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확보와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한진칼은 이 돈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3자연합은 불합리한 방법이라고 반발하며 소송을 걸었지만, 기각됐다.

이동건 산은 회장은 “강 대표는 사모펀드 대표로 자기 돈은 0원이다.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수익과 뗄 수 없는 사모펀드 구조상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사회적 인식도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현아·반도 ‘이이제이’ 동맹···흔들리는 명분=KCGI는 출범 초기부터 조 회장의 경영퇴진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지분 매입 이후 불거진 경영권 장악 논란에 대해 ‘오해와 억측’이라며 선을 그었다. 감시와 견제로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도 반박했다.

하지만 반(反)조원태 동맹을 맺으면서 KCGI의 분쟁 명분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커졌다. 조 회장 퇴진을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취한 것은 자충수라는 분석도 잇따랐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으로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를 불러온 원인 제공자다. KCGI는 줄곧 그를 한진그룹 폐단의 사례로 꼽아왔다. 조 전 부사장은 2019년 말 임원 인사에서 경영복귀에 실패하자 조 회장의 독단경영을 비판하며 외부세력인 KCGI와 손을 잡았다.

반도건설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지만, 한진그룹 명예회장직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허위 공시를 이유로 의결권이 제한되기도 했다.

KCGI가 이들과 규합한 것은 경영정상화라는 명분에 어긋나고, 결국은 경영권 찬탈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는 논란을 빚었다. 3자연합은 대한항공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며 일본항공(JAL)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JAL은 전체 인력의 35% 가량을 대량 해고하며 회생에 성공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KCGI는 “구조조정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투기세력이라는 공격 빌미를 내주고 말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한진그룹과 벌인 명분 싸움에서도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 소식이 알려지자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고객 피해와 주주,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결정이고 10만 일자리를 지키고자 한다”고 반박했고, 3자연합 측은 다시 “인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절차상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입장 변화를 보였다.

3자연합은 산은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추천으로 견제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설 자리를 잃은 모습이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대한항공은 지난해 흑자 경영을 이어갔다.

◇항공업 특수성 모른채 국내 1위 항공사 장악 가능성 ‘제로’=전문성이 중요한 항공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는 경영권 찬탈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3자연합이 지난해 주총에서 추천한 전문 경영인과 사외이사 후보 중 항공업 이해도를 가진 사람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올라온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1명 뿐이었다.

전문경영인 후보이던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은 IT산업 이해도는 높지만, 항공업과는 전무하다.

항공업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으로 분류된다. 세계 각 항공사 회장이나 주요 경영진과의 인적 교류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트렌드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는 안목과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당초 3자연합은 올해 주총에서도 전문경영인을 사내이사 후보 추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장 안팎의 인정을 받을 인물을 영입하는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대부분 대한항공 출신인 경우가 많다. 항공법상 외국 국적의 전문경영인을 데려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KCGI는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근거로 경영부실을 주장했다. 하지만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 숫자로 항공사 경영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이끌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며 “조 회장이 선친 작고 이후 갑작스럽게 총수에 올랐지만,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한 것은 물론 안정적인 경영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진칼 주가 부양을 이끌었다는 점은 KCGI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이전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중반을 오가던 한진칼 주가는 현재 6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재무안정화 작업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세우는 등 지배구조는 투명해졌다.

그룹 차원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의 결과지만, 3자연합의 경영권 위협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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