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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건 15년···매분기 최대실적의 비밀

[NW리포트]차석용, LG생건 15년···매분기 최대실적의 비밀

등록 2019.10.28 14:39

정혜인

  기자

생활용품 비중 낮추고 화장품·음료 다각화위기시 상호 보완 가능하도록 ‘내진 설계’화장품은 중국 겨냥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LG생활건강이 지난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 기준으로는 무려 56분기 연속 성장이다. 이처럼 LG생활건강이 2005년부터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회사 안팎에서는 차석용 부회장의 세밀한 경영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차 부회장은 올해로 15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LG그룹 내 최장수 CEO일뿐만 아니라 2011년 외부 영입 경영인 중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랐다.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 부회장 취임 이후 단 한 해도 역신장한 적이 없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차석용 매직’이라고 표현한다.

◇M&A로 사업간 보완 가능토록 치밀하게 설계 = 차 부회장의 주특기는 단연 인수합병(M&A)이다. 단순히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M&A가 아니라, 화장품과 음료, 생활용품 세 사업 부문의 상호 보완 효과를 노린다는 게 차 부회장의 철학이다. 이를 통해 LG생활건강은 세 사업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해 ‘내진설계’를 하는 전략이다.

2005년 1월 차 부회장 취임 당시 LG생활건강은 위기를 겪고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2년 1조14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03년 1조1085억원, 2004년 1조266억으로 매출이 역신장했다. 영업이익률은 2002년 9.0%에서 2004년 5.6%로 떨어졌다.

차 부회장은 취임 직후 회사의 비전을 ‘국내 최고의 창의적인 소비자 마케팅회사’를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업·브랜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화장품보다는 생활용품 사업의 비중이 더 컸는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생활용품 사업을 프리미엄화 하는 동시에 화장품과 음료 사업을 확대했다.

차 부회장이 처음으로 인수한 기업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다. 당시 LG생활건강의 사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 2개 부문이었으나 코카콜라음료를 품으면서 음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생활용품과 달리 화장품은 여름이 비시즌인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음료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지 1년만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 했다.

이어 차 부회장은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더페이스샵·한국음료(2010년), 해태음료(2011년), 바이올렛드림(2012년),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문(2013년), CNP코스메틱스(2014년), 제니스(2015년), 태극제약·LG화학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2017년) 등을 사들였다.

여기에 일본 화장품 기업 긴자스테파니(2012년), 일본 건강기능식품기업 에버라이프와 캐나다 바디케어 기업 프루츠앤패션(2013년), 일본 화장품·건강식품 통신판매업체 R&Y코퍼레이션(2013년), 구강케어 브랜드 리치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2016년) 등 해외 업체도 품었다.

이런 M&A 결과 LG생활건강의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2005년 생활용품 67.54%, 화장품 32.46%였는데 지난해에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사업 매출 비중이 각각 57.88%, 21.66%, 20.47%로 변화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사업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중국시장 공략은 럭셔리 화장품으로 = LG생활건강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화장품의 경우 ‘럭셔리’ 화장품에 집중,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적중했다.

국내 럭셔리 화장품 선두 브랜드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달리,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는 ‘왕후가 사용하는 궁중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실제 왕후들이 사용한 원료와 비법을 활용한 제품들을 전략적으로 마케팅했고, 황금색과 붉은 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패키지도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아떨어졌다. 중국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화장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 ‘럭셔리’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셈이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의 아내인 펑리위안 여사가 2014년 방한을 기점으로 후를 사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났다. 실제로 중국 고위직 관료들이 방한할 때마다 가장 선호하는 선물이 ‘후’ 세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생활건강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으로 K뷰티가 부침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설화수의 후발주자였던 ‘후’는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은 데 이어 2년만인 지난해에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조원에 해당하는데, 글로벌 상위 3위 럭셔리 화장품(2017년 유로모니터)인 랑콤(5조3000억원), 시세이도(4조7000억원), 에스티로더(4조4000억원) 등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차세대 후로 꼽히는 ‘숨’ 역시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도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매출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후의 매출은 1분기와 2분기, 3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6%, 24%, 28%씩 성장했고, 숨의 초고가 라인 ‘숨마’는 같은 기간 각각 54%, 67%, 83%씩 확대됐다. 오휘의 최고급 라인인 ‘더 퍼스트’도 이 기간 각각 13%, 43%, 7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초고가 라인의 화장품이 날개돋힌듯 팔려나가면서 분기별 영업이익도 올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3000억원을 넘어섰다.

사업 다각화와 럭셔리 화장품을 바탕으로 LG생활건강은 눈부신 실적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LG생활건강의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6분기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58분기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5년 1조392억원, 717억원에서 지난해 6조7475억원, 1조393억원으로 각각 6.6배, 17.9배씩 성장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5조6721억원, 9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2.9%씩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 매출 7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차 부회장은 1985년 미국 P&G 사원으로 입사한 후 14년만인 1999년 한국P&G 사장에 올랐다. 2001년 해태제과 대표이사로 영입돼 3년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뛰어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아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사장에 취임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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