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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아 애착 기내식 사업부 판다?···매각 0순위 후보 될 듯

대한항공, 조현아 애착 기내식 사업부 판다?···매각 0순위 후보 될 듯

등록 2020.04.28 11:23

수정 2020.04.28 12:12

이세정

  기자

기내식 사업 유력 거론···영업이익률 30%대 알짜일각선 MRO사업 처분 관측···적정가 책정 힘들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한항공이 핵심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내식 사업본부가 우선 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알짜’ 사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애착 사업 중 하나라는 점도 정리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28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구체화된 내용은 없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미 종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매각주관사를 선정한 만큼, 조만간 실사를 거쳐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조단위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하면서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자본확충과 자구노력 등을 압박했다.

최대현 KDB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24일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자구안에 대해 협의 중인데, 시장에 공개된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송현동 부지 매각 등에 더해 내부 사업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사업부 매각으로 추가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매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대한항공이 정부와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살 도려내기’식 고강도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역시 정부의 긴급 지원 발표 직후 “대기업 지원 취지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부문의 사업 재편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사업부 매각을 기정사실화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업부는 기내식 사업이다. 기내식은 대한항공 서비스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특히 대한항공은 국제선 여객 비중이 94%에 달하는 만큼, 중요도는 더욱 크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기내식 제조 공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업소로 지정받았고, 한진그룹 재단 산하 인하대학교에는 식품안전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또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이 제주도 제동목장에서 사육한 한우와 토종닭을 비롯해 무공해 농산물 등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내식 제조와 판매에서 창출된 매출은 910억원이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와 비례해 실적이 나오기 때문에 항공 호황기엔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 또 효율적으로 이익을 내는 실속 사업이다. 기내식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통상 30%대 수준으로, 항공운송사업(2%대)보다 남는 돈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일찌감치 기내식 사업부문을 매각해 현금화 했다. 2003년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 기내식 전문회사 LSG에 사업부를 매각, 650억원을 현금화한 바 있다. 당시 몸값 산출 기준이 되는 연간 매출이 약 70억원대 수준이던 점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이 비싸게 판 셈이다.

조 회장이 누나의 흔적 지우기 작업을 본격화한 점도 기내식 사업부 매각설에 무게를 더한다. 조 회장은 올 초 비핵심 자산과 적자 사업의 대대적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대상 모두 조 전 부사장이 경영퇴진 직전까지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조 전 부사장은 한때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했고, 왕산레저개발은 설립 초기부터 조 전 부사장이 진두지휘했다.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개발도 조 전 부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점처졌다.

조 전 부사장이 애정을 쏟은 또다른 사업은 기내식이다. 그는 상무보로 임원반열에 오른 2005년부터 부사장으로 퇴진하던 2014년까지 기내식사업본부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말 그룹 임원인사가 단행되기 전까지도 기내식 사업부에는 소위 ‘조현아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때문에 남매간 분쟁이 수면 위로 부상했을 당시, 조 회장이 갈등 봉합을 위해 호텔과 기내식 사업부를 떼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항공정비(MRO) 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MRO 매각설이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방위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MRO 사업에 30년 넘게 매년 수백억원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왔다. 또 자체 정비 능력이 없는 저비용항공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대한항공에서 비싼 값을 부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수용할 인수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기내식 사업부 처분으로 정부의 추가 매각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지우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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