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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는 쿠팡...나스닥 진출 韓 기업 잔혹사 재조명

美 가는 쿠팡...나스닥 진출 韓 기업 잔혹사 재조명

등록 2021.02.18 07:38

박경보

  기자

2000년대 초 증시거품 타고 나스닥 진출 러시...대부분 ‘상폐’실적 부진해 투자 매력 낮아...수십억대 상장 유지비용도 부담‘신작 흥행’ 그라비티, 4년간 116배 올랐다...지난해에만 6배↑

美 가는 쿠팡...나스닥 진출 韓 기업 잔혹사 재조명 기사의 사진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면서 한국기업들의 나스닥 잔혹사도 재조명 받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 증시에 도전했던 한국기업들은 줄줄이 퇴출됐고, 현재 생존자는 ‘그라비티’ 뿐이다. 수익성이 낮은 데다 상장유지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대부분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1999년부터 2000년대 초반, 국내 기업들은 벤처 붐을 타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여 곳의 국내 기업들이 나스닥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퇴출된 상태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상장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상장폐지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빠져나온 기업들은 한국 증시에 돌아오거나 합병 등으로 사라진 상태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던 SK바이오팜(코스피 상장),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기업들도 국내 증시로 눈길을 돌린 모습이다.

◇두루넷부터 한화큐셀까지...실적부진·거래량 미달·비용부담에 짐 쌌다
나스닥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한국기업은 1999년 11월 상장된 두루넷이다. 1996년 삼보컴퓨터가 세운 두루넷은 국내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하며 큰 주목을 받은 IT업체다. 당시 공모가액은 4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고, 주가는 상장 직후 9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두루넷의 고공행진은 오래가지 못했다. IT버블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이 기대를 한참 밑돌면서 주가는 5000원대 밑으로 떨어졌고, 2003년 법정관리와 상장폐지를 동시에 겪었다. 미국에서 퇴출된 두루넷은 2006년 하나로텔레콤과 합병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두루넷과 같은 시기에 나스닥에 입성한 미래산업은 벤처 1세대인 정문술 회장이 세운 회사이다. 미래산업은 당시 국내 최고의 반도체 장비업체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전체 물량 23만주 가운데 하루 거래량은 100주 내외일 정도로 거래량이 극히 적었다.

미래산업은 나스닥에서 8년 만에 퇴출됐으나 국내 증시에서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주인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치솟자 보유지분(2254만주) 전량을 처분한 바 있다.

삼보컴퓨터와 KDS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이었던 이머신즈는 강제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2000년 3월 상장 후 10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으나 장기간 1달러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머신즈는 퇴출 경고 이후 90거래일 이내에 주가를 1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나스닥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머신즈와 같은 시기 상장됐던 하나로텔레콤도 미래산업과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짐을 쌌다. 당시 1조원이 넘는 누적적자에 허덕였던 하나로텔레콤은 비용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7년 만에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기초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증시 거품에만 기대다 보니 금방 지쳐 쓰러진 셈이다.

하나로텔레콤은 2006년 경영정상화를 위해 나스닥 상장폐지와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2년 뒤엔 SK텔레콤에 흡수합병됐다. 하나로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ADSL) 서비스를 시작한 IT업체이지만, 두루넷 인수합병 등 과욕을 부린 탓에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선인터넷 업체인 와이더댄은 2005년 12월 나스닥에 상장된 뒤 1년 만에 리얼네트웍스에 팔렸다. 와이더댄은 SK그룹이 IT버블 시대인 2000년에 서비스 플랫폼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설립한 회사다. 미국 최초로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IT버블이 꺼진 2000년대 중반부터는 IT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한국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도전했다. 게임업체인 웹젠은 2003년 12월부터 7년간 나스닥에 상장됐고, 이베이에 매각된 G마켓도 2006년부터 3년간 나스닥에서 거래됐다.

이어 이미지센서 업체인 픽셀플러스도 수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나스닥에 진출했다. 당시 36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으나 과도한 비용부담과 실적 부진에 못 이겨 4년 만에 상장이 폐지됐다. 지난 2015년 코스닥으로 돌아왔으나 만성 적자로 국내서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는 상태다.

가장 최근에 나스닥에 상장됐던 한화큐셀은 지난 2018년 10월 한화솔라홀딩스와 합병됐다. 당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합병 전 한화큐셀의 하루평균 거래금액은 전체 시가총액의 0.01% 수준으로 극히 적었다.

◇그라비티, 1.5달러가 180달러로...역대 최대 실적이 비결
현재까지 나스닥에 남아있는 한국기업은 그라비티 뿐이다. 2005년 2월 상장된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로 잘 알려진 게임사로, 16일(현지시간) 143.20달러(약 1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다른 한국기업들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최근 신작들이 연달아 흥행하며 주가가 덩달아 급등한 모양새다.

13.5달러에 공모가를 형성한 그라비티는 거래 첫날 12.59달러에 마감하며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상장 3개월 만에 5.6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증권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상장 이후 급락을 거듭한 그라비티는 2008년 12월 2달러까지 내려왔고, 2016년 말까지 5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15년간 박스권에 갇혀있던 그라비티는 지난해 2월 폭락장 이후 수직 상승하더니 10개월 만에 180.74달러를 찍었다. 2월 저점(27.50달러)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올랐고, 1.54달러까지 떨어진 2016년 3월과 비교하면 116배나 불어났다. 대표적인 미국 주식인 테슬라의 수익률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그라비티의 급등세는 기대감이 아닌 탄탄한 실적이 견인했다. 그라비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전넌 대비 81% 급증했다. 이는 나스닥 상장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출시한 신작 게임들이 대만·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라비티는 최근 실적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가도 급등한 사례”라며 “그라비티의 선전과 쿠팡의 상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긴 했지만, 실적이 좋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미국 상장 사례를 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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