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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박찬구家 vs 박철완家 ‘쩐의전쟁’ 막 오른다

금호석화, 박찬구家 vs 박철완家 ‘쩐의전쟁’ 막 오른다

등록 2021.03.05 11:22

이세정

  기자

‘조카의 난’에서 ‘가문간 싸움’으로 전선 확대박 상무 모친 김형일 고문, 9년만에 지분취득지난해 고문료 6억, 처가·누나 자금력도 갖춰 임시주총 등 장기전 대비 움직임, 추가매입 관측박찬구 회장 일가도 대응 위해 지분 확대 가능성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작은 아버지를 향한 조카의 도발로 시작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집안 대 집안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화 상무가 최근 주식을 사들이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쩐(錢)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와 모친인 김형일 고문은 지난 2일 금호석화 주식 총 3만5425주(0.12%)를 장내매수했다. 투입금액은 약 75억원 규모다.

박철완 상무는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2남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이다. 김형일 고문은 고 박정구 회장의 부인이다.

박철완 상무가 지분을 늘린 것은 2013년 4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박 상무와 특별관계자의 지분율은 종전 10.00%에서 10.12%가 됐다.

특히 김형일 고문이 금호석화 지분을 보유한 것은 2012년 1월 이후 9년여 만이다. 김형일 고문의 등장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숙질의 난’에서 가문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그룹과의 법적 계열분리를 준비하면서, 채권단에 박철완 상무와의 공동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김형일 고문은 2010년 금호석화 사옥 내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고 박정구 전 회장 측 인사들이 그룹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김형일 고문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의 화합은 불완전했다.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경영방식에 불만을 가졌다. 채권단에 박찬구 회장의 독단경영을 고발하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형일 고문이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인 것은 둘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한 이후다. 그는 2011년 초까지 지분율을 0.3%까지 끌어올렸고, 경영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같은해 8월부터 보유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2012년 1월에는 지분율을 0%로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과 김형일 고문이 공동 경영 관련 일련의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2011년 말 이뤄진 임원인사에서 부장급이던 박철완 상무와 박찬구 회장 장남 박준경 전무가 동시에 같은 직급(상무보)으로 승진했다.

김형일 고문이 다시 지분을 매입한 것을 두고 고 박정구 전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지분전쟁을 시작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철완 상무가 모친과 가족들의 상의 없이 경영권 분쟁을 시작하진 않았을 것으로 파악된다. 김형일 고문이 우선 박찬구 회장 측 반응을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참전했고, 나머지 가족들도 동원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 고문은 지난해에만 금호석화에서 6억원의 고문료를 받는 등 현금력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 방계그룹인 박철완 상무 처가나, 3명의 누나들도 자금 동원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박철완 상무와 김형일 고문의 지분 확대는 임시 주주총회 등을 염두에 둔 행보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정기 주총의 경우 지난해 말 주주명부가 폐쇄됐기 때문에 새롭게 취득한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박찬구 회장 측(14.86%)과 박철완 상무 측의 지분율 격차는 4.74%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 50%에 육박하는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 표심에 승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1차전 승부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만큼, 패배 가능성을 열어두고 ‘플랜B’를 준비하는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철완 상무 세력이 박찬구 회장 일가와 동일한 지분율까지 늘린다고 가정하면, 전날 종가 23만500원 기준 3334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분율을 20%대로 끌어올릴 경우 7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자기자금 활용과 주식담보대출 등이 거론된다. 박철완 상무는 현재 보유 주식 중 2.78%가 차입 계약이 걸려있다. 나머지 7.25%에 대해서는 주담대가 가능하다. 통상 담보 가치의 60~70%를 빌려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3600억원을 융통할 수 있다.

박철완 상무 측이 지분율을 높이면, 박찬구 회장 측도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은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지분이 2.06%다. 박준경 전무는 1.84%, 박찬구 회장 딸 박주형 상무는 0.5%다. 박찬구 회장 일가는 총 2200억원 가량을 빌릴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가 모친 지원 아래 경영권 분쟁 화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측 세력 모두 3월 주총이 끝난 뒤에야 구체적인 우호지분 파악이 가능한 만큼, 주총 이후부터 지분 매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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