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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 ‘국민백화점’ 타이틀 떼고 서민 ‘넘사벽’ 럭셔리로 변신

롯데百, ‘국민백화점’ 타이틀 떼고 서민 ‘넘사벽’ 럭셔리로 변신

등록 2021.04.12 16:53

수정 2021.04.12 17:01

김민지

  기자

중저가~초고가 多브랜드 전략서 명품 하나에 올인365일 가격세일 진행 효과 없자 아예 VIP만 공략VIP 고객 전체 매출의 80% 차지 일반 고객은 포기

롯데百, ‘국민백화점’ 타이틀 떼고 서민 ‘넘사벽’ 럭셔리로 변신 기사의 사진

롯데백화점이 ‘국민백화점’ 타이틀을 버리고 명품 매장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침체로 1년 365일 가격 할인을 외쳐도 사정이 나아지질 않자, 아예 매출의 대부분을 채워주는 VIP고객에게 ‘올인’하기로 했다.

그간 롯데백화점은 서민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백화점을 추구해왔다. 가까운 거리에 중저가 브랜드부터 초고가 브랜드까지 한데 모은 다(多)브랜드·다(多)출점 전략을 펼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안에 소공동 본점의 절반을 명품 매장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명품 전문관인 에비뉴엘을 포함한 전체면적(7만4700㎡) 중 절반(3만6000㎡)을 해외 명품 전용 매장으로 리뉴얼하기로 한 것. 이는 현재 소공동 본점의 명품 매장 규모(1만5000㎡)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해외 명품 직매입 편집숍 ‘탑스’(TOPS)에서 남성 잡화만 뗀 ‘스말트’(SMALT) 매장을 확대해 2030 큰손 잡기에도 나섰다. 탑스는 오픈 이후 스니커바와 스말트를 오픈하면서 카테고리 편집숍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이번 스말트 매장 확대도 롯데백화점에서 20·30세대가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8.1%, 2019년 41%, 2020년 46%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최상위 회원인 ‘에비뉴엘’ 등급을 신설했다. 기존 해외 명품 구매금액 기준으로만 선정되는 등급 ‘에비뉴엘 LVVIP·VVIP·VIP’ 등을 폐지하는 대신 새롭게 만들어지는 등급이다. 앞서 2019년에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춘 VIP+(800만 원 이상 구매)와 VIP(400만 원 이상 구매)등급을 도입했다.

이는 기존 롯데쇼핑의 백화점 운영 전략과는 확연히 다르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중 가장 ‘백화점’이라는 단어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수많은 상품을 갖추고 있는 점포라는 의미답게 중저가 브랜드부터 고가 브랜드까지 여러 브랜드를 모은 다 브랜드 전략을 펼치면서 롯데백화점만의 아이덴티티로 삼았다.

여기에 지방 곳곳에 소규모 점포를 배치하는 다 출점 전략까지 더해 롯데백화점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가까운 백화점이라는 인식을 쌓았다. 경쟁사들이 지역 거점에 초대형 백화점을 내세운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백화점업계 1위라는 위상을 쌓을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의 전략 선회는 오프라인 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직격탄을 맞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의 심장 격인 백화점 사업부 타격에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00억 원 선까지 급감했다. 실적 부진이 지속하며 영업이익률은 2년 연속 2%대에 머물렀다. 롯데하이마트 성장과 롯데마트의 흑자 전환, 롯데슈퍼의 적자 감소에도 백화점 사업이 부진했던 것이 뼈아팠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6550억 원, 영업이익 3280억 원을 기록해 전년과 비교해 각각 15.2%, 36.9% 줄었다. 국내 백화점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매출이 부진해 기존점 매출이 13.0% 역신장했다. 해외 백화점은 영업 종료(선양점) 및 충당금 환입, 베트남 기존점 매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기존점 매출액은 23.0%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에 비해 매출 감소율이 높았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각각 9.5%, 6.3% 줄어든 데 비해 롯데백화점은 15%가량 줄어 평균치의 2배가 넘었다. 특히 국내 31개 점포 중 인천터미널점을 제외한 30개 점포 매출은 전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출점 전략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독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소규모, 다출점 전략은 롯데백화점을 업계 1위로 키웠고 롯데백화점만의 색깔을 잘 보여줬지만, 최근 급변하는 추세와는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방에서도 2위 점포가 대다수였던 데다가 경쟁사보다 물건을 사는 것 외에 즐길 만한 콘텐츠도 부족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은 롯데백화점의 문제점을 더욱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반면 경쟁사들은 초대형·프리미엄 강화 점포가 필승전략이라는 공식을 증명해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개점 5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해 ‘최단기간 1조’라는 기록을 깼다. 신세계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은 지난해에도 매출액이 5.5%, 7.5% 증가하면서 초대형·명품집중 전략의 위력을 보여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월 본점에 ‘구찌 맨즈’를, 부산 본점 에비뉴엘에 ‘루이비통 맨즈’를 입점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명품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본점 공사를 시작하면서는 에비뉴엘 등급 고객만을 위한 라운지 공간을 새로 꾸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의 명품 강화 전략을 두고 이견이 많다. 뒤늦게 특색을 포기하면서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 나오는 한편 지금껏 에비뉴엘 등을 통해 신경 쓰던 것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명품 시장이 성장세기 때문에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는 것에는 양측 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피 등의 고가품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선호하는 40~50대들이 많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해외 명품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해외 명품을 강화하는 것도 고객들이 더 원하는 상품을 갖추겠다는 측면으로, 지역 상권에 맞춰서 적절하게 MD를 진행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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