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더 싸게”···최저가 전쟁 불붙은 유통업계

쿠팡 무료 로켓배송에 이마트 ‘최저가 보상 적립’ 맞불

롯데마트·마켓컬리·편의점업계 연이어 경쟁 뛰어들어

최저가로 주도권 싸움 지속 ‘제 살 깎아먹기’ 지적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유통업계가 ‘최저가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의 무료 로켓배송 마케팅에 이마트가 대응해 ‘최저가 보상 적립제’를 시행, 패권 싸움을 시작하면서다. 업계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현 시점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롯데마트는 주요 생필품 500개 품목을 업계 최저가로 맞춰 이마트와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 추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 GO’ 앱 스캔 결제 시 해당 물품에 대해 엘포인트(L.POINT)도 5배 적립해준다.

다만 가격 비교에 대한 피로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일자별, 실시간 대응이 아닌 주 단위로 가격에 대응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매주 수요일 상품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를 정한 뒤 목요일부터 적용한다.

앞서 마켓컬리는 지난 12일 과일·채소·정육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온라인몰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마켓컬리는 주요 온라인 마트의 동일 제품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가격대를 파악하고, 상품 판매 가격에 반영해 최저가를 책정한다.

유통업계의 최저가 전쟁은 쿠팡의 무료배송 캠페인에 이마트가 맞불을 놓으며 시작됐다. 쿠팡은 이달 초부터 ‘와우 멤버십’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았거나 현재 이용 중이지 않은 고객들에게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 캠페인을 한정 기간 동안 진행하기로 했다. 배송비를 없애 사실상 최저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 기간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도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이마트는 이마트앱 전면 개편과 함께 앱을 통한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최저가격 비교 대상은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3개 온라인몰이다. 가격 비교 상품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에 대해 상품 바코드를 기준으로 동일 상품 동일 용량과 비교한다.

같은날 GS리테일은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에서 물가 민감도가 가장 높은 채소류를 매일 50여종 선정해 초저가 콘셉트로 판매하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키로 했다. CU 또한 오는 30일까지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CU가 채소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최저가 전쟁은 쿠팡이 성장하면서 이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의 패권 싸움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수년 전과 달리, 100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거대 기업이 됐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적인 유통기업들의 견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대형마트 3사는 10여년 전 ‘10원 전쟁’에서 부작용을 겪은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체들이 최저가 프로모션들을 연이어 내는 것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려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라며 “최저가, 무료배송으로 소비자 편의는 늘어나겠지만, 업체들의 부담은 커지고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