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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드러난 물류센터 민낯···도마 위 오른 쿠팡의 ‘안전불감증’

화재로 드러난 물류센터 민낯···도마 위 오른 쿠팡의 ‘안전불감증’

등록 2021.06.22 13:48

김민지

  기자

먼지 나뒹구는데 전기장치도 다수 화재 위험 증가물류 수용력 확장 위한 ‘중간층’ 진압 난이도 높여경보기 오작동 빈번해 관리자들 안전불감증 심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두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 작업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소방관 한 명이 순직하고 건물과 시설물, 재고자산은 사실상 전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신고 접수 전 건물 지하 2층에 설치된 선풍기 연결용 콘센트에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방당국이 쿠팡 물류센터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던 까닭은 내부에 진열대 위 물건들이 가득 쌓였고, 통로나 계단까지 종이상자 등 적재물이 많았던 탓으로 보인다. 컨베이어 벨트와 복잡한 내부 구조도 소방대원들의 진입을 어렵게 했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 로켓배송 특성상 제품을 한 개씩 따로 포장하는 탓에 가연성 물질로 이뤄진 포장재 등이 많았던 점도 불씨를 키우는 데 한몫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앞서 2018년 담뱃불로 인한 화재에도 대피 지시, 안내방송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처럼 전례가 있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물류센터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화재를 크게 키웠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물류센터는 불이 한 번 나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크고 넓은 공간에 대규모로 상품을 적재하기 때문에 이 상품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덕평물류센터는 인천, 대구와 함께 쿠팡의 3대 ‘매가센터’로 꼽힌다.

물류센터에는 화재위험이 높은 전기장치도 많다. 이는 쿠팡물류센터 현장 사원들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던 부분이다. 물류센터 특성상 항상 먼지가 쌓여있는데, 먼지는 누전·합선 시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컨베이어벨트 등 전기장치가 항시 운영되는 상황에서 화재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쿠팡 노조 측은 평소에도 정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와 관련한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물류센터에 더 많은 물량을 쌓아두기 위해 ‘메자닌’이라고 부르는 복층구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메자닌은 건물의 층과 층 사이에 설치된 중간층을 말하는데, 대개 물류센터에서는 기존 물류시스템을 유지하며 물류 수용력은 확장하기 위해 메자닌을 이용한 방식으로 증축을 한다. 중간층까지 물류가 가득 쌓여있고 화재 대피공간까지 물품으로 늘 가득 차 있어 화재 진압이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다.

관리자들이 화재경보기가 울린 당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오작동으로 치부해 사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평소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많았던 탓에 사원들도 관리자들 말에 따라 당일 경보음도 오작동으로 생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원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근무환경 또한 최초 신고 시간을 늦춘 원인으로 지적된다. 쿠팡은 기밀 보안과 휴대전화를 보다가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관리자가 아닌 사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다. 안전사고를 명목으로 내세운 근무 수칙이 오히려 대형화재를 키운 요인이라는 것이다.

김혜진 쿠팡 노동자 노동·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오작동일지라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바꾸는 기업이 있지만, 오로지 물류만 고민하는 쿠팡과 같은 기업은 이런 신호를 무시한다”면서 “무시된 신호들이 쌓이면 다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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