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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갑질’ 철퇴에 LG생활건강 콕 집어 ‘저격’한 쿠팡

공정위 ‘갑질’ 철퇴에 LG생활건강 콕 집어 ‘저격’한 쿠팡

등록 2021.08.19 18:04

김민지

  기자

공정위, 불공정거래행위 쿠팡에 과징금 33억원 부과쿠팡 “대기업 LG생건, 당시 신생유통업체 쿠팡 견제”업계 “LG생건 몰아가기···330개 업체에 ‘갑질’ 본질 왜곡”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납품업체에 ‘갑질’ 행위를 일삼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은 쿠팡이 여러 납품업체 중 LG생활건강을 콕 집어 ‘저격’했다. 쿠팡이 LG생활건강에 갑질을 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이 당시 신생유통업체였던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납품업체 전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것인만큼, 업계에서는 쿠팡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9월까지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체에 일시적인 할인 판매 등으로 내려간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 인상을 요구하고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광고 구매도 강요했다. 또 베이비, 생필품 페어 행사를 진행하면서서는 총 388개 납품업자에게 할인비용 약 57억원을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2017년부터 2019년 6월까지는 직매입 거래를 하고 있는 330개 납품업자로부터 기본 계약 사항이 아닌 판매장려금 104억원을 수취했다.

쿠팡은 공정위 제재가 발표된 직후 입장문에서 “공정위가 과거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했던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특히 쿠팡은 400여개에 육박하는 납품업체 가운데서도 LG생활건강만을 직접 거론하며 공정위 제재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쿠팡은 LG생활건강이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상품을 쿠팡에게 타 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오랜 기간 공급했고 이에 대해 공급가를 인하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2017~2018년께는 쿠팡이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로,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약 2% 정도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업계 1위 기업이므로 소매시장 점유율 2%의 쿠팡이 ‘갑질’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쿠팡의 해명을 궁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판단은 비단 LG생활건강 1개 기업과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LG생활건강뿐만 아니라 수백 군데의 납품업체들도 함께 들여다봤다. 조사 기간도 2020년 9월까지로, 이때는 이미 LG생활건강이 쿠팡에 직접 공급을 하지 않고 있을 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은 LG생활건강을 거론하면서 공정위의 제재에 유감을 표하고 있는데, 공정위나 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뿐만 아니라 수백 군데의 납품업체에 대한 쿠팡의 불공정행위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며 “쿠팡이 시각을 좁혀 1개 업체와의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2017~2018년께 쿠팡이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의 매출액은 2017년 2조6846억원, 2018년 4조4227억원에 달했다.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고, 2018년 11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2017년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이듬해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 투자받자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미 쿠팡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게임이 끝난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정말 유통업체로서 우월적 지위가 없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업체가 ‘갑(甲)’, 납품업체가 ‘을(乙)’로 통한다. 납품업체의 입장에서는 유통업체를 거스르기 쉽지 않다.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가 끊기면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시장 구조 자체가 유통업체에 유리하게 짜여 있고,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제품을 팔아주는 입장에서 LG생활건강이 되레 쿠팡을 견제하려고 했다는 것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대기업인 LG생활건강마저도 쿠팡에게 이런 불공정한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대기업마저 강요를 받았는데, 이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납품업체에는 어땠겠느냐를 공정위가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재 수위도 상당히 선방한 수준인데, 쿠팡이 공정위에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을 두고 ‘쿠팡의 가격 운영 시스템’ 자체를 변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쿠팡의 입장문에서 LG생활건강의 신고 사항은 총 7가지다. 이중 공정위 조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명난 항목은 2가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불복하겠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최저가 매칭 시스템’으로 촉발된 것인 만큼 이 운영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을 것이랑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강력한 대관인력을 보유한 만큼 행정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고 제재 수위를 낮추기로 한 것”이라면서 “소송을 진행하면서 과징금 규모는 축소될 수 있겠으나, 공정위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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