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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팽 당한’ 韓라이나생명 임직원···“갖다 준 배당금이 얼만데”

금융 보험

‘팽 당한’ 韓라이나생명 임직원···“갖다 준 배당금이 얼만데”

등록 2021.10.15 15:02

수정 2021.10.15 15:29

이수정

  기자

시그나그룹, 아태지역 보험사업 처브그룹에 매각韓라이나생명 임원진과 논의 없는 일방적 통보최근 10년간 배당성향 평균 45%···2018년은 95%임직원 “M&A인센티브 재논의 및 계획 공개 요구”

‘팽 당한’ 韓라이나생명 임직원···“갖다 준 배당금이 얼만데” 기사의 사진

한국 라이나생명 본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시그나그룹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보험 계열사에서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라이나생명을 국내 임원진들과 논의도 없이 졸속 처분했기 때문이다.

시그나그룹은 한국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최근 10년간 평균 배당성향 45%에 달하는 배당액을 챙겼다. 배당액으로 보면 1조가 넘는다. 특히 ‘국내 1호 외국계 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모았지만 임직원들은 이마저도 매각을 위한 포석이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韓라이나와 매각 과정 논의 全無=라이나생명은 지난 8일 모회사인 시그나그룹이 아시아태평양지역(아태지역) 보험산업 전체를 처브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거래가는 6조9000억원으로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라이나생명 임원과 논의는 배제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매각가에서 6조원 가량이 라이나생명의 가치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2017년부터 3000억원 중반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같은 실적은 시그나그룹의 아태지역 보험 계열사 중 압도적이다. 한국 라이나생명 뒤를 잇는 뉴질랜드와 홍콩의 순이익은 몇백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라이나생명은 알짜 보험사로 평가받는다. 라이나생명 자본금은 5조가 채 안 된다. 자본 규모로만 보면 중소형에 가깝지만 사실 이보다 자본금 규모가 작은 보험사는 초소형사들 뿐이다.

자본은 적지만 수익률은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로 불리는 삼성·한화·교보생명보험사들보다 높다. 빅3 생보사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4%대 수준이다. 반면 라이나생명의 ROE는 21%다. 지난해 총자산수익률(ROA)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라이나생명의 ROA는 7.27%로 2위인 푸르덴셜생명(1.03%)의 7배가 넘는다.

자본 대비 수익률이 높은 만큼 순이익 부문도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527억원으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9288억원), 2위 교보생명(3829억원)에 이은 3번째다. 대형생보사 중 하나인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19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한국 라이나생명의 성과로 시그나그룹은 매년 배당액을 두둑이 챙겼다. 시그나그룹은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지표를 보면 최근 10년간 평균 배당액은 45%다. 라이나생명은 최근 5개년처럼 궤도에 올라오기 전인 2011년(순이익 1066억원)에도 56%라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2016년에 배당성향은 61%, 2018년에는 무려 95%에 달했다. 2018년의 경우 한 해 번 돈을 거의 다 모회사가 가져간 셈이다.

◇임직원들 “의견 수렴·계획 공개해라”=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은 그간 비약적인 성과를 냈음에도 일방적으로 매각을 통보한 시그나그룹에 분개하고 있다. 임직원 사이에서는 고용 승계 불안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설립 움직임도 포착됐다.

실제 관련 임원들 지난 14일 임원성명서를 통해 “라이나생명, 시그나코리아 및 라이나 금융서비스 임원들은 우리 직원이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경이적인 성과에 대해 정당히 보상 받지 못할 경우를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그나그룹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매각설을 일축했고 최근에는 디지털 손보사 설립 추진을 발표하면서 경영의지를 보였음에도 갑작스러운 매각결정을 통보했다”며 “이는 라이나생명 임직원을 무시하는 행보”라고 일갈했다.

특히 올해 6월 라이나생명은 국내 외국계 보험사 중 최초로 디지털 손해보험사(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라이생명은 모회사인 미국 상장기업으로는 역사가 가장 깊은 시그나그룹의 헬스케어 사업 모델을 국내 디지털 손보사에 접목할 계획이었다.

당시 시그나그룹은 올해 안에 금융당국에 디지털손보사 예비인가 신청을 위해 라이나생명 법률 검토팀을 만들고 사전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모회사의 행보는 신규 계약 창출 부진 등의 이유로 라이나생명을 따라다니던 ‘매각설’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그나그룹은 불과 4개월 뒤에 라이나생명 매각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사실상 라이나생명 디지털손보사 추진도 원동력을 잃고 멈춰있는 상황이다.

임직원들은 성명서를 토대로 ▲M&A 보너스에 대한 기존 입장 철회 및 원점 재논의 ▲직원 의견 수렴의 경우 추가적 협상 없이 M&A 보너스 전격 수용 지급 ▲주주변경 후 외부 인사에 의한 조직개편 및 보직변경 방지 ▲주주변경 외 합병·영업양도 여부 및 그룹 통합 계획 공개 등을 시그나그룹에 요청할 계획이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시그나그룹의 일방적인 매각 통보에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높다”며 “그간 라이나생명은 비약적인 실적 향상은 물론 배당을 통해 모회사에 많은 수익을 안겨줬지만 졸속 매각이 진행된 데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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