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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화냐 재매각이냐”···이동걸 산은 회장 ‘대우조선 플랜B’ 촉각

“국유화냐 재매각이냐”···이동걸 산은 회장 ‘대우조선 플랜B’ 촉각

등록 2022.01.13 08:27

차재서

  기자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무산 위기②]산업은행 측 추가 대응 방향 ‘촉각’ 매각 재추진 방안 놓고 저울질할듯한화·포스코 등 새 인수 후보 거론

사진=산업은행 제공사진=산업은행 제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모든 시선이 산업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심사를 재기한 유럽연합(EU)이 두 조선소의 통합을 반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우조선의 거취를 결정할 ‘플랜B’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EU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이제 대안을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되자 긴장감 속에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 등 복수의 외신은 EU 집행위원회가 이르면 이번 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 인수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결합을 반경쟁으로 간주해 저지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통합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독과점이 형성되면서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유럽은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의 LNG 수입국이며, 두 조선소의 LNG선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이에 EU가 한국조선해양 측에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한국조선해양은 건조 기술 이전 등 조건을 내놓으며 설득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도 EU 집행위의 구제조치 제출 마감 기한인 지난해 12월7일까지 세부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써 장장 3년여를 끌어온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민영화 작업은 잠정 중단될 공산이 커졌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6개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무산되는 탓이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에선 조건 없는 승인을 받았으며, EU·한국·일본의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그 다음 스탭이다. 즉, 산업은행이 민영화에 실패한 대우조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앞서 이동걸 회장이 “개인적으로는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플랜B·C·D’를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서다.

산업은행 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현재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대주주로 남거나 새 원매자와 협상을 시도하거나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대주주로 남는다는 것은 사실상의 국유화를 의미한다.

다만 전자의 경우 확률이 크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산업은행이 지금처럼 대우조선을 끌어안고 있으면 조선업과 기업 자체의 발전은 물론, 혁신 생태계 육성이란 은행의 장기적 목표 달성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과거의 숙제’에서 벗어나 혁신기업 지원에 신경을 기울임으로써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특히 대우조선과 같이 덩치가 큰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함으로써 스타트업 지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울러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는 지역사회와 노조를 향해서도 “산업은행 품에 남아 대우조선의 영원한 국유화와 직원의 공무원화를 바라는 것이냐”고 질타하며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또 다른 인수 후보자를 물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포기로 표류하던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것처럼 조속히 새 주인을 찾아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일부 대기업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박용 후판을 만드는 포스코, 방위산업 분야에 집중하는 한화그룹, 효성그룹, SM그룹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 중 한화는 2008년 산업은행과 한 차례 대우조선 인수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에 일시적으로 대우조선을 맡기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시간을 두고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자고자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을 KDBI로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마침 KDBI는 대우건설 매각을 완수한 뒤 다음 임무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EU로부터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 측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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