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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대우조선 M&A 대금·차입금·CB 따지면 '7조+α'

한화그룹, 대우조선 M&A 대금·차입금·CB 따지면 '7조+α'

등록 2022.09.28 15:50

이세정

  기자

2조 규모 유증에 한화 참여해 인수키로자본확충에 활용, 부채비율 200%대로 감소총 차입금만 2.8조, 이자보상비율 '마이너스'수은 2.3조 전환사채 해결해야, 장기간 갚을듯이자부담 증가, 수익안정까지 추가지출 불가피

한화그룹, 대우조선 M&A 대금·차입금·CB 따지면 '7조+α' 기사의 사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14년 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6조원에 달하던 몸값과 비교하면 30% 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갚아야 할 차입금과 사채까지 한화그룹이 떠안게 된 만큼, 최소 7조원 이상의 현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은 지난 26일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대우조선 인수·합병(M&A)은 입찰공고 전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있는 공개경쟁입찰방식(스토킹 호스)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한화그룹은 조건부 인수예정자 지위를 확보했다. 입찰 과정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 의향자가 있더라도, 한화그룹이 우선제안권을 행사해 최종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한화그룹은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새롭게 확보하게 된다.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개사(1000억원)가 참여한다. 3개사 중 에스아이티와 한화에너지코퍼레이션싱가포르는 각각 300억원씩, 한화에너지코퍼레이션재판은 400억원을 출자한다.

한화그룹은 처음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한 2008년에 6조3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이듬해 3월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하고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조선업황의 다운사이클 진입, 대우조선 노조의 실사 저지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결국 인수는 불발됐다. 이 때와 비교할때 대우조선 몸값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한화그룹의 자금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자금 조달도 무리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자산(금융자산 포함)은 약 1500억원으로, 1조원을 크게 밑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오는 11월 흡수하는 ㈜한화 방산부문와 한화디펜스를 고려하면, 3사의 동원 가능 현금은 약 1조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반기 기준 한화시스템의 현금성자산도 1조683억원으로 여유있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3개사는 비상장사이거나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는 만큼, 유동성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3개사가 각각 모아야 할 현금 규모가 크지 않고, 부족할 경우 자산 매각이나 계열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에스아이티의 경우 다음달에 비유동자산인 토지를 일부 처분해 현금 25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이 지불하는 인수대금은 고스란히 대우조선의 자본 확충에 쓰인다. 상반기 말 대우조선의 총부채는 10조4740억원이고, 부채비율도 676%에 이른다. 단순하게 대우조선 자본에 2조원을 더한다고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295%로 낮아진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 안정적인 영업환경 조성과 장기적 비전 수립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우선 딜 클로징 시점은 내년 3월 말로 예정돼 있다.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의 단기차입금은 총 1조4241억원이고, 만기 기한이 1년 이상인 장기차입금도 1조3473억원에 이른다. 차입금만 총 2조7714억원이다. 물론,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부채를 모두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 이후에도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으면, 부채를 유지할 수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통상 30%가 넘으면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고 평가받는다. 대우조선의 차입금 의존도는 25% 수준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이자보상비율은 마이너스다. 매년 손실이 누적되는 만큼,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대우조선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에 따라 금리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 전환사채(CB)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은을 상대로 3차례에 걸쳐 2조332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30년짜리 만기로 2046~2048년 상환해야 한다.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CB의 스텝업(금리조정)을 유예키로 했다. 당초 내년부터 10%의 이자 금리가 적용되지만, 한화그룹의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존 1%대를 유지한다는 게 골자다. 또 현재까지 대우조선이 미지급한 이자 1192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수은이 보유한 CB 가치는 약 5800만주로 추산된다. 산은이 보유한 주식과 비슷한 규모다. 대우조선 유증이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되고, 현재 55.7%인 산은 지분율은 28.2%로 축소된다. 만약 수은이 CB 전환를 전환한다면 한화그룹과 산은의 지분율은 다시 줄게 된다. 더욱이 산은·수은의 지분율이 한화그룹을 위협하기 충분한 만큼,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한화그룹이 장기간 시간을 두고 영구채를 갚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1%대 저금리 특혜 논란 등이 불거진 만큼, 이자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대우조선 경영환경을 안정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우조선은 최근 불어온 수주 훈풍에 힘입어 수주 잔고가 늘고 있다. 하지만 선박 계약에서 설계, 건조, 인도를 거쳐 수출 실적으로 잡히려면 2~3년 가량 소요된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은 과거 저가 수주한 선박인 만큼, 당장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우조선의 수익성이 실질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 그룹 차원의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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